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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갱년기다
박수현 지음 / 바람길 / 2020년 6월
평점 :
중년이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나이 40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다. 예전과 다르게 많이 젊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인데다가, 노안을 시작으로 신체의 여기저기에서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이러다가 뒷방 노인 취급 당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아서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왜 슬픈 일일까? 지금은 안다. 슬픈 일이어서가 아니라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을 하지만 그땐 몰랐다." (p.33)
유치하다 싶게 분홍 분홍 한바탕 색 위에 S라인하고는 거리가 있는 올록볼록한 몸매를 가진 아줌마{?}가 왕관과 왕관봉을 손에 웅켜 쥔 채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갱년기를 맞은 대다수의 중년 여성을 표현하라고 하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지금의 내 모습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그동안 고생했어요. 이제 좀 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요. 갱년기는 봄방학 같은 거라 다음을 위한 준비래요." (p.11)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로 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엄마가 싸우면 갱년기 엄마가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갱년기 여성들이 겪는 감정의 기복이 엄청남을 대변하고 있는 농담 아닌 농담이지 싶다. 북한의 남침도 막고 있다는 사춘기 아들을 이길 수 있는 전투력을 장착할 수 있는 갱년기 엄마들의 피곤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늙어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저항감과 급격하게 떨어지는 여성성을 마음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말이다. 나 역시 달마다 겪는 귀찮음에 완경을 기다리면서도 마법이 끝남과 동시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신체의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카더라' 통신에만 매달리고 있어서 두려움이 더 커졌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만난 '나는 갱년기다'는 갱년기의 증상에서부터 극복의 방법까지 저자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과 실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마음을 준비를 할때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준비에 앞서 내가 갱년기임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이겠지만 말이다.
"현명함을 얻기 위해 나이를 먹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때로는 현명함을 포기하고 젊은 나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모두 바꿀 수 없는 일이다 보니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이 나에게 필요하다."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