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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요즘 부쩍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 글이나, 세대 차이와 관련된 글을 많이 찾아서 읽게 된다. 어쩌다 보니 세월이 흘러 신입사원을 거쳐 어느새 중간관리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고 부득이하게 상하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직장동료들이 생기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80년대 언저리에 있는 소위 Y세대와는 그다지 위화감 없이 섞여서 생활하곤 했는데 밀레니얼세대, Z세대라고 불리고 있는 90년대 아이들과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다.
극강의 세대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는 X세대를 시작으로 Y세대를 거쳐 Z세대까지 세대 차이는 새로운 미지의 영역이 될 수는 없다. 항상 존재하고 있었으며, 늘 불편을 느끼고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져주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90년 대생들이 온다'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극강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 이후부터 선배들에게 한 수 접어주는 미덕은 사라지고, 심지어 'Latte is hors = 라테 이즈 홀스 = 나 때는 말이야 = 꼰대'라는 조롱 섞인 말들로 세대를 가르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그들이 안타깝지 않은 건 아니다. 보장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뛰어놀기에도 부족한 유딩 시절부터 온갖 학원을 거쳐 하다못해 줄넘기 학원까지 다녀야 했던 그들이 대학 졸업과 함께 마닥뜨린 세상은 냉정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족스럽지도 않은 정규직은 고사하고 항상 재계약의 불안함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현실이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예상할 수 없는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에 태어난 우리 아이도 마카롱이면 자다가도 눈을 번쩍 뜰 정도로 좋아한다. 늘 보던 과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던 내가 처음으로 마카롱의 가격을 접했을 때는 '미쳤구나! 이 돈을 주고 이런 걸 사 먹게!'가 솔직한 마음이었다. 동전보다 살짝 큰 사이즈의 마카롱이 2~3천 원을 훌쩍 넘기는 건 당연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마카롱은 저 어마 무시한 가격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우울하거나 힘들 때 근사한 카페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와 값비싸고 예쁜 한 조각의 케이크는 나에게도 세상 근심을 다 잊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기성세대들도 선호하면서 유독 90년대 아이들의 마카롱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건 미래를 위한 준비에 소홀함에 대한 걱정이 아닐까 싶다.
부모의 무한 애정을 등 뒤로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삶도 녹녹하지 않다. 고학력에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얻기 어렵고, 인생의 대부분을 공부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지만 '취준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니 말이다. 미래를 포기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90년 대생을 만든 건 자식을 자신의 '부캐'로 여기로 있는 부모 탓인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자신으로 살 수 없고 끊임없이 부모의 욕망이 투영된 삶을 살면서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된 삶이니 말이다.
아무튼 나는 여전히 우리아이들을 비롯한 그들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들만의 고민을 품고 마카롱을 사먹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이 인생의 전부다'라고 말하는 나를 말리고 싶다. 인생은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인생이 최고다'라고 말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자세히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실수는 용납하지 않고, 작은 성공 따위에 칭찬 하지 않으면서 실패에는 혹독하기 짝이 없다. 알고 보 면 우리에겐 그저 두렵지 않고 방향을 가르쳐주는 어른이 필요할 뿐인데. 실패해도 괜찮다고, 나도 너 나 이 땐 실수투성이였다고, 누구나 그렇게 천천히 어른 이 되는 거라고, 대단한 걸 해내지못하더라도 상관없 다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넌 절대 한심한 놈이 아니 라고, 매일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는, 미지의 가능성 을 가진 청춘이라고 말해줄 어른 말이다."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