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꼰대 - 꼰대가 쓴 '괜찮은 꼰대'에 관한 꼰대적 고찰
원호남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비꼬는 듯한 꼰대라는 말이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꼰대라는 말이 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염려, 아니 확신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등장했던 X세대를 대표하고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90년 대생들 밀레니얼들을 이해할 수가 없는 자칭 타칭 꼰대가 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즈음에 읽게 된 '꼰대 가 쓴 괜찮은 꼰대에 관한 꼰대적 고찰, 나꼰대'는 많은 공감과 함께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는 승진이라는 기분 좋은 변화와 함께 찾아온 위치의 변화가 꼰대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정글 속에 던져진 나를 다독여 주는 듯하다.

부모님께 크게 반항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무던하게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직장에서 주어진 중간관리자라는 위치는 나에게 소외감을 주기 시작했다. 꼰대가 될 때가 되긴 했지만, 꼰대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글은, 꼰대라는 자각을 느끼게 하는 뼈 때리는 글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나도 괜찮은 꼰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리고 괜찮은 꼰대가 아니면 어떤가 그저 그들과 내가 다름을 인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위로로 마무리된다. 첫 장의 엄마, 아내로서의 꼰대의 모습은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남편이, 아들이 나에게 이런 중압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을 줄이야...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신의 자식과 남편들은 학교/회사에서 수많은 꼰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가정에서조차 그보다 더한 '상 꼰대를 만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꼰대가 싫으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그들의 퇴장을 참고 기다리면 되는데, 당신들은 정년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영원한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p.54)

참 잘했어요 스탬프 찍어주기, 수고했다고 말해주기,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고 이야기해주기... 나와 생각이 다른 그들과 잘 지내기 위한 아주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다. 참 잘했어요라고 말하기 전에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기 전에 나 때는 어땠었는지 생각이 먼저 든다. 역시 내가 꼰대가 맞나 보다. 쿨한 꼰대가 되고 싶은데 지질한 꼰대가 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팀원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견뎌야 하는 건지 앞이 깜깜해진다. 언제쯤이면 나는 꼰대 상사 증후군에서 벗어나 그들의 예비고사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당신의 팀원들은 당신에게 쉽게 다가오는가? 다가와서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말하는 것보다 천 배는 어려운 것이 들어주는 것이다. 아니 들어준 다는 것은 가장 큰 것을 베풀어 준다는 의미가 함유되어 있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대사 증후군보다 독하다는 '꼰대 상사 증후군'에서 아주 조금 벗어날 수 있다. 편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예비고사에 합격하신 거다." (p.154)

꼰대와 밀레니얼들에게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조언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내 마음과 같이 통쾌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쿨한 상사가 되지 못하는 꽁한 마음에 생각이 많아지게도 한다. 나도 X세대라는 명찰을 달고 등장했을 때는 선배들에게 지금의 밀레니얼들과 비슷한 골치 덩어리였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한다는 속담처럼 어느새 올챙이 시절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밀레니얼들 탓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직급만 높은 상사가 아니라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Leader가 되고 싶다.

"리더 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어쩜 원래 어려운 자리가 리더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조직이나 집단의 영원한 숙제이다. 이러한 Leader가 되지 않으면, 당신은 꼰대라고 불리는 단순히 직급만 높은 상사일 뿐이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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