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 - 오늘도 내 기분 망쳐놓은
잼 지음, 부윤아 옮김, 나코시 야스후미 감수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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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네개부분에서 수상한 핫한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한 귀염귀염 한 고양이가 파르페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제목만 보면 귀여운 고양이가 파르페가 좋아서 웃고 있는 건지, 비딱한 비웃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뾰족 귀의 고양이와 먹음직스러운 파르페 그리고 청량한 하늘색의 표지만으로도 마음에 든다. 더불어 절묘한 제목과 네 컷 만화는 우울했던 마음을 한방에 날려준다.

가벼운 문고판 정도의 두께와 네 컷 만화, 그리고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책은 부담 없이 가볍게 읽기 좋다. '무심한 듯 한마디에 비틀거리고 근사한 사진 한 장에 불타오르는 평범한 당신을 위한 고양이 상담소' 170여 페이지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책을 설명할 수 있는 한 문장이다. 앙증맞은 흰 고양이와 다소 불량스러운 검정고양이가 만담하듯 그려진 네 컷 만화는 무한 공감을 자아낸다. 어쩜 어쩜 고양이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말이로구나. 독서후기에 남기고 싶은 문장에 붙여두곤 하는 표지가 한없이 늘어난다.

고민하는 친구에게 쓸데 없는 고민은 그만두라며, 네가 소심하게 고민하고 있는 시간에 너에게 고민을 안겨준 그 넘은 어디서 한가롭게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화려한 SNS를 부러워 하지 말아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속에서 가장 예쁘고, 가장 좋은 모습을 SNS에 올린다며, SNS는 그저 기분전환용이라고 타인의 SNS 기죽지 말라고 토닥인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예쁜 곳에서 차를 마시고, 예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냥 '예쁘구나!'하고 인정하면 된다. 이 책을 읽은 날, 우연히도 업무와 관계된 사람이 나를 겨냥한 듯 써올린 부정적인 말들을 전해들었다. 나도 그 사람 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말을 쏟아 놓을 수 있었음에도 그냥 참는다. 파르페 고양이처럼 '나도 어디가서 그냥 파르페나 먹을란다' 하면서 쿨하게 넘기기로 한다.

"아마도 그 녀석 어디서 지금쯤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걸"
(중략)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것만 진지하게 생각하세요.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를 자나깨나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쯤 파르페나 먹고 있을걸.'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지는 마법의 말입니다. (p.67)

마음먹기에 따라서 생각하기에 따라서 바뀌는 감정. 조금만 여유를 갖고 생각을 바꾸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인간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을 품고 살아가고, 과거에 매이고 안개속에 가려진 것 같은 미래 덕분에 작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파르페 냥이의 조언처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과거에 대한 고민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합시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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