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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동안 여고를 함께 다녔던 동창생을 만나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추억이 가물가물 그시절 그때 나를 웃기고 울렸던 모든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어쩜 좋아! 나 또한 우리집에 계신 곤도마리에님 덕분에 현물을 보관하고 있지 않지만, 그시절 용돈을 탈탈 털어 사모으던 단행본과 윙크, 르네상스, 댕기 등 잡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교과서로 가린채 읽던 만화책과 잡지에서 오려낸 캐릭터들로 만든 책받침... 그 시절 나에게 그들은 살아가는 힘(?) 이었다. 캐릭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다. 작가님의 서술처럼, 이렇게 멋진 남주들한테 빠져 있는데 어떻게 현실속에서 샤방샤방한 연애가 쉽게 이루어지겠냔 말이다! 순정만화를 기대하면 명랑만화를 넘어 개그만화가 되니 말이다. :(
여고시절 대부분이 그렇듯 나또한 빠뜻한 용돈으로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만화방을 드나들었었다. 월간지나 주간지에서 띄엄띄엄 읽던 만화를 통째로 읽고 싶기도 하고, 재미있던 부분을 다시 읽고 싶어서 말이다. 이런 나의 만화방 사랑은 대학시절까지 쭈욱 이어졌지만, 흥미가 줄어들즈음에는 운명의 장난처럼 주변에서 만화방도 많이 줄어 들었었다. 아마도 DVD, 컴퓨터게임 등 만화를 대체할 만한 오락거리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었으리라. 어른이 되고 난후 쉽게 가지지 않지만, 요즘 만화방은 아니 만화카페는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환경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나이가 너무 많아진 탓에 혼자가기 멋적어서 아이에게 가끔씩 엄마랑 만화카페를 가자고 조르곤 하지만 번번이 퇴자를 맞곤 한다.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스토리와 대서사가 너무나도 멋진 작품이다. 요즘엔 새롭게 연재하고 계시는 카카오페이지의 카야에 푹 빠져있다. 역시 그림체나 스토리가 멋지다! 컬러풀한 주인공들이 그시절 그때의 그림에 비해 헐씬 육감(?)적이라고 느끼는건 나뿐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승원의 프린세스 역시 넘나 사랑하던 작품이다. 비이와 비욘, 레오와 에스힐드, 그리고 프리...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들이다. 이은혜의 점프트리 A+,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등등 나의 어린시절을 채워주던 그들이 다시 보고싶어 진다. 이번주말에는 추억속의 친구들을 만나러 혼자라도 만화카페이 가봐야 겠다.
"어쩌면 어린 시절 함께 했던 만화를 다시 읽는다는 건, 그 시절의 울고 있는 꼬마에게 말을 건내는 일일지 모른다. 힘을 내. 지금은 모든 게 엉망일 것 같지만 넌 꽤 괜찮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테니까."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