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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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뱅커들이 정글속에서 정의를 지키며 살아남는 또 하나의 치열한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신념이라는 뚝심으로 밀고나가는 뱅커 한자와 나오키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비단, 이 소설의 배경인 일본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간기업이 정부기관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의 은밀한 요구를 밀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사람의 신념만으로 지켜질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도쿄중앙은행의 뱅커 한자와 나오키 또한 뱅커로서의 신념으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은행장 나카노와타리의 결단과 직속상관 나이토의 믿음 그리고 감사부 도미오카의 숨은 조력이 없었다면 부정의 벽을 무너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자와의 소신도 부럽지만, 소신있는 선배와 조력자를 만난 한자와 역시 부럽다.

"은행장이 아니더라도 나는 계속 뱅커일 걸세. 뱅커인 이상, 항상 무엇인가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되지. 우리에게 휴식 같은 건 없다네." (p.454, 은행장 나카노와타리가 한자와에게 마지막 인사)

뚝심있는 대응과 소신있는 책임으로 좌천되어 통쾌하게 부적절한 사건을 해결한 3편에 이어, 4편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에서도 다양한 부정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촘촘히 얽혀진 사건을 한자와 답게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통쾌하게 해결한다.

"원래 대의에 따르기보다 거역하는 편이 훨씬 어려운 법이지. 하지만 여신 소관부서의 일은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거야. 만약 임원회의에 의도적으로 잘못된 결론을 올린다면, 그건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지. 위쪽에 잘보이기 위해 결론을 왜곡할 수는 없어." (p.228, 한자와의 소신)

옛T 도쿄제일은행 부행장 마키노 오사무의 유서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성실한 정통 뱅커로서 출세가도를 달리던 마키노의 자실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진실의 무계를 견디지 못한 극단적 선택이었을까, 뱅커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이도 아니면 베일에 가려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함이었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의 죽음은 진실을 밝혀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쿄중앙은행은 예T라 불리는 도쿄제일은행과 옛S라 불리는 산업중앙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대형은행이다. 서로 다른 조직이 우호적으로 합병을 했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조직에서 서로 다른 목표를 두고 달리던 뱅커들이 순식간에 물 흐르듯 섞일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도쿄중앙은행의 옛T와 옛S 역시 사사건건 대립이 끊이지 않고 물과 기름이 섞여있듯 각각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직안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라인'은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어느 라인에 서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신묘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직딩들은 '라인'이라는 말에 절대 공감을 갖기도, 몸서리치기도 한다.

이카루스 최후의 도약의 큰 흐름 또한 옛T와 옛S를 중심으로 하는 기싸움과 사심을 듬뿍 담은 정치인의 검은 손길 그리고 허영기 가득 담은 공명심에 가득찬 신예 정치인의 퍼포먼스가 흥미롭게 버무려져 있다.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K항공은 일본 항공의 중심기업이지만 무리한 노선확장과 안일한 운영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건실한 재건계획이 필요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무리한 재건계획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토없이 재건계획을 승인해주는 은행들 덕분에 TK항공은 계속 허물어져 가고 있다. 이때, 우리의 구원투수 한자와 등장으로 실현가능한 재건계획이 검토 승인되었으나 느닷없이 등장한 정치쇼에 휘말려 TK항공의 재건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도쿄중앙은행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설치된 국토교통성의 태스크포스로 부터 막대한 채권포기를 요구받게 된다. 과연, 한자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칙이 구석으로 밀려나고, 궤변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나치게 생각한 끝에 따로는 바보도 하지 않는 짓을 저지르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p.77)

철두철미한 한자와의 뱅커로서의 승부근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쟁같은 과정이 흥미진진하다.각권이 단편처럼 하나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지만 앞권을 읽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일본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하던데, 한자와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드라마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는다. 책읽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한자와 시리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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