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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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같은 첫인상을 가진 추리소설.

"애당초 주택가 안에 있는 2층짜리 연립을 개조해서 만든 점포이다 보니, 환경 속에 녹아들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찾기 힘들다. 길 쪽에 살인곰 서점이라는 이름과 책을 안고 나이프를 든 곰 일러스트가 그려진 불이 들어오는 작은 간판이 있고, 그 아래에는 백곰 탐정사라고 더 작게 적힌 팻말이 달려 있다." (p.396)


우왁스럽고 폭력스러워 보이는 곰이 아니라 순등순등할 것 같은 배나온 표지의 곰이 아니라 칼과 책을 손에든 곰이 지키고 있는 살인곰 서점과 탐정사 소개가 이질적이다. 동화책 느낌이었던 첫인상과 달리 많은 등장인물들이 알듯 모를듯 얽혀 있다. 어디서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얻어 추적해야 하는지 쉽사리 손에 닿지 않는다. 경찰이 덮으려는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의 대치라는 느낌이 이어진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와 백곰 탐정사의 탐정을 겸하고 있는 하무라 아키라의 독백같은 문장으로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이 열린다. 미스터리 서점 살인곰 서점의 점장 도야마 야스유키는 미스터리 서점과 탐정사무소가 함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충독적인 아이디어로 백곰 탐정사를 만들고, 탐정을 천직으로 여기는 아키라에게 운영을 맡기지만, 아키라의 선택을 비웃듯 백곰 탐정사로 들어오는 의뢰는 전무하다. 


아키라는 생활고 해결을 위해 도토종합리서치 사쿠라이 하지메의 하청을 받아 일을 하던중 아들로부터 자신의 어머니를 조사해달라는 사건을 의뢰 받는다. 나이든 어르신을 조사하는 단순한 사건일 것 같은 의뢰를 수행하던 중 의뢰인 이사와의 어머니 우메코와 미쓰에의 복잡한 관계를 알게된다. 그리고 신의 장난처럼 아키라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미쓰에의 곁에 한발짝 다가선다.


미쓰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들과 손자의 교통사고 그리고 이어진 빌라의 화재는 아키라의 사건을 점점 더 미궁속으로 몰아간다.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은 아키라와 답답할 정도로 조금씩 이어지는 사건의 연결고리들을 이어가기 위한 아키라의 노력이 눈물겹다. 아키라를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하는 히로토의 잃어버린 기억. 그녀는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기억까지 함께 잃었음에도 약에 취해 실화로 죽어버렸다는 히로토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고 싶다. 희미한 불빛속에 숨겨진 진실과 어두운 진실을 숨기고 싶은 누군가가 있는 듯 의문의 불행은 끊임없이 히로토를 쫓고 있다. 과연 아키라는 진실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인지 아키라의 고독한 여정은 계속된다.

"살인곰 서점 2층의 탐정사무소. 만신창이가 되어도 다리를 절어도 그녀는 끝내 탐정이다." (표지글)


사건과는 연관이 없을 법한 아키라의 주거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건과 장소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였는지 긴 호흡으로 끊어 읽어서였는지 전반부에는 사건을 쫓아가기 조금 힘들었지만,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고 난 이후의 빠른전개와 개연성 덕분에 일상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코지미스터리의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미스테리 소설의 쫀쫀한 긴장감은 살짝 부족했지만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던 반전매력이 있는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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