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건 있더라고 - 야루 산문집
야루 지음 / 마이마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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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표지 그림을 봤을 때는 뭐지? 하는 느낌으로 자세히 들여다 본다. 어머! 이건 초등학교(나때는 국민학교 였다)앞 문방구에 늘어서 있던 오락기 였다. 5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그래도 꽤 오랬동안 할 수 있었던, 너무 잘하면 문방구 주인아저씨한테 쫓겨나기도 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펼치자 오래전 레트로 감성을 아니 갬성을 느낄 수 있는 차례글 부터 어릴적 즐겨들었던 노래의 제목들이 나를 반긴다. 동창생을 만난것 같은 기분으로 책장을 넘긴다.

사진집을 겸하고 있는 산문집이다. 추억속의 사진첩을 들여다 보듯 그때 그시절 앨범을 넘겨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들과 함께 곁들어진 짧은 글들이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다. 아! 비올때 따뜻한 허브차 한잔과 읽으면 분위기 제대로 잡힐 것 같은 산문집이다. 나중에 봄비가 보슬보슬 내릴때 카페 한켠에서 향기로운 차한잔과 다시 읽어 봐야겠다. 지금과는 완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은 기대감이 솟는다.

오래된 것을 모으는 것을 작가의 소개글 답게 책속에 실린 한컷한컷의 사진들이 오래전 그 어디쯤인가를 거닐 고 있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색색깔의 플로피 디스켓을 비롯해 낡은 비디오플레이어와 녹음테이프들... 지금처럼 음원이라는 것이 없었던지라,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공들여 한곡 한곡 녹음을 하거나, 레코드가게의 마음 좋은 사장님께서 원하는 곡을 녹음해 주시기도 하셨다. 저작권이라는 개념도 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마구마구 돌려 듣던 시절이었다. 깨끗한 음질도 아니었고 녹음의 시작과 종료를 위한 버튼소리까리 함께 녹음된 곡들이라도 그저 좋았었다. 친구들도 보고싶고 어릴적 엄마에게 혼나면서 몰래 다녔던 오락실에도 다시 가보고 싶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 나서고 싶어진다.

 

살면서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이었는지 가만가만 생각해본다. 다정다감한 애정표현에 익숙하지 않지만 자식들 걱정에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는 우리 엄마가 변하지 않고 내 옆에 계시고, 예쁜 날보다 미운 날이 더 많지만 옆에 있는 것만로 든든한 남편이 있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화를 참고 있지만 나의 심장같은 우리 이쁜 아이들이 변함없이 나의 옆을 지켜주고 있다. 나를 지켜주고 있는 그들처럼 나도 그들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소중한 것들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욱 나누어 주고 싶다. 그것이 되돌아 오지 않는 것은 상관없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고 아름답다 라고 돌아섰을 때 미소를 띠는 것은 코스모스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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