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의 시대 - 펭수 신드롬 이면에 숨겨진 세대와 시대 변화의 비밀
김용섭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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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서 2030세대를 넘어 나 같은 40대 아줌마들 마음까지 완전히 사로잡아 버린 펭수! 처음 등장의 목적이었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2030 만큼의 신드롬을 일으키지는 못한것 같지만, 어느 땐가 부터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대부분이 펭수얼굴과 엉덩이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당연한듯 '펭하!'를 외치고, 평소 관심도 없도 ebs 사장님의 이름까지 온국민이 알게한 대단한 펭귄. 그가 바로 펭수다.

"사실 펭수는 재미있고 웃기는 캐릭터가 아니다. 펭수를 2030 밀레니얼 세대가 적극 지지하는 것은 펭수의 외모 때문이 아니고, 펭수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거침없이 사회와 기성세대에게 바른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p.28)

딱히 미디어에 큰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조차도 세대를 넘나들고 직급을 넘나들은 사이다 발언에 홀딱 반해 버린걸 보면 우주대스타를 꿈꾸는 펭수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타켓으로 하고 있는 캐릭 치고는 딱히 귀엽지도 않을 뿐더러 심지어 친절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펭수'가 등장할때마다 속이 뻥뚫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곤 하는 걸 보면 우리의 남극펭귄 입담은 최고라 할 수 있겠다.

내가 펭수에게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어느 인터뷰를 보고나서부터 였다. '나는 힘든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힘든데 힘내라면 힘이 납니까?' 오호~ 펭수다운 말이다. 영혼없이 힘내라고 위로를 건내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문장이다. 맞다. 힘들어 죽겠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는 말은 힘들어서 죽든 살든 내 알바 아니고 그냥 견디라고 던져주는 말뿐인 위로다. 이런 말뿐인 위로 말고 그냥 무심한듯 어깨를 두드려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라는 펭수의 조언이 마음에 닿는다.

아무튼,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구나에서 펭수구나!로 바뀐 사건이후 이어지는 펭수의 활약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30 세대를 넘어 간혹 4050대의 고루한 꼰대같은 발언도 서슴치 않는 펭수를 보면서 세대간의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세대간에 툭 터넣고 부딪히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40대 중반의 나는 X세대를 대표하는 세대다. X세대가 등장했을 때도 지금의 밀레니얼만큼이나 핫했다. 버릇없고 자기중심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서태지의 난 알아요를 좋아하는 세대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떤가. 시집살이도 해본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를 시킨다고 기성세대들과의 세대갈등을 그렇게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얼들과 수시로 부딪히며 세대갈등을 토로하는 대표적인 세대가 그때의 New generation X세대 들이다. 인간의 나이로 10살 그리고 20년 정도를 수명으로 하는 펭귄의 나이로는 중년인 펭수는 어쩌면 세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우주대스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유난히 '나이'와 '직급'에 집착한다. 어디서 어느 누구를 만나든 제일 먼저 묻게 되는 것이 나이다. 왜일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집단에 들어갈때면 제일 먼저 나이를 궁금해하고 나이에 따라 나의 태도를 결정하곤 한다. 지극히 꼰대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면에서 펭수를 만들어낸 ebs 자이언트 펭TV의 구성과 그들의 모습이 새롭다. 균형잡힌 성비와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고리타분하기 짝이없는 ebs에서 우주대스타 펭수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되지 않았을까 싶다.

"개성이 강점이 되는 크리에이터가 보고 싶은 곳은 모두 가 보고, 해 보고 싶은 것도 모두 해 본다." (p.202)

펭수의 경제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는 글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펭수 캐릭터에 대한 경제적 가치와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우연히 등장한 아니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등장한 무례하기 짝이없는 자이언트 펭귄 한마리가 퍼트리고 있는 선한 영향력이 쭉 이어지기를, 앞으로도 펭수가 초심을 잃지 않고 2030과 4050을 아우르는 우주대스타의 면모를 지속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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