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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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괴물, 추한 구경거리, 난 웃는 놈"

웃는 남자의 저자 빅토르 위고는 고전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도 익숙한 작가다. 가벼운 책읽기를 좋아하는 탓에 슬쩍 밀어버리게 되는 고전은 그저 교과서에 실린 단편적인 내용과 책 제목 정도만 기억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부쩍 공연관람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즘, 웃는 남자를 비롯해 오래전 아무것도 모르고 관람했던 파리의 노트르담, 레미제라블 등 대형 뮤지컬 원작이 많은 빅토르 위고는 고전 무식쟁이인 나에게도 반가운 작가다.

나는 두껍고 무거운 고전을 책으로 먼저 만나기 보다는 생동감 있는 공연을 보고 난 후 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긴 호흡의 고전을 2~3시간의 현장성 있는 공연으로 줄거리와 느낌을 이해하고 난뒤,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책을 읽는 것은 공연관람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간혹 반대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난 후 영화나 공연을 보면 대부분 책보다 허술하게 녹여낸 스토리에 실망하곤 한다.

아쉽게도 웃는 남자는 공연관람이 가능한 시간대가 대부분 피켓팅이라 불리는 마의 시간대라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온갖 공연정보와 인터넷 짤 들을 섭렵한 작품이다. 2018년 초연이후 지난 3월초까지 공연됐던 뮤지컬 웃는 남자는 슈퍼주니어의 규현을 비롯한 쟁쟁한 스타들의 출연으로 공연을 좋아하는 여심을 흔들어 놓았던 작품이다.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으로 출간된 이 책 또한 고전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절대 바꿔 줄수 없다는 듯, 10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두께와 심지어 표지 색깔도 붉은 색인지라 완벽한 벽돌책의 위용을 자랑하며 나에게 도착했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겠다는 생각부터 들게 하지만 소장용으로 너무 예쁘다. (책을 읽는 것보다 책꽂이 전시용 사심이 먼저 생긴다) 워낙 여러군데 책을 놓아두고 여러권을 동시에 읽는 습관과 벽돌의 무게를 감안해서 붉은 벽돌책 ‘웃는 남자’는 자기전 나의 즐거움을 책임지기로 하고 침대 머리맡에 자리를 잡았다.

웃는 남자 그웬플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귀족이 아닌 약한 사람들에게는 악몽 같았던 17세기 영국, 귀족들의 무료한 삶의 가벼운 유희를 위해 고통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어린아이들을 사고 팔고, 납치해서 인위적인 기형을 만들어 공급하는 잔인무도한 집단 콤프라치코스가 존재하고 있다.

"콤프라치코스는 어린아이 장사를 했다. (중략) 그 아이들로 무엇을 했을까? 괴물을 만들었다. 왜 괴물을 만든 것일까? 웃기 위해서였다." (p.48)

초반의 여러 페이지를 길게 장식하고 있는 우르수스. 그는 길들여진 것으로 여겨지는 순한 늑대 호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곡예사를 비롯해 의사, 복화술사 등 때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는 캐릭터로 사람을 싫어하지만 유독 그윈플렌과 데아만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따뜻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삶이 끔찍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 주고 백성을 짓누르는 것은 군주, 군주를 억누르는 것은 전쟁, 전쟁을 짓누르는 것은 흑사병, 흑사병을 덮치는 것은 기근이다" (p.46)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 그는 어린시절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입의 양쪽이 길게 찢어져 흉측하게 웃는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와 같은 우르수스, 오누이 같은 연인 데아, 늑대 호모와 함께 정착하지 못한채 이도시 저도시를 유랑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흉측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성과 출생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인기 있는 광대로 유혹을 쫓아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우르수스와 데아의 곁을 떠나지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고 절규한다.

"어느덧 성장한 그윈플렌은 기이한 미소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고 그의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는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뮤지컬 웃는 남자)

때로는 오누이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그윈플렌의 연인 데아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녔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외모를 이유로 다가오지 않는 그웬플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출생의 비밀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불구와 기형이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서 서로를 품어주고 있었다.사랑받는다는 것. 그곳이 전부 아닌가?" (p.519)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어둡고 험한 세상의 끝에 서로의 사랑이 닿아 있지만 신은 끝내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정말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가볍지 않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서술되는 무거운 스토리는 역시나 쉽게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양에 지쳐서 뮤지컬 화면을 찾듯 살짝 살짝 건너 뒤며 읽었지만, 언젠간 다시한번 꼼꼼히 읽어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붉은 벽돌책을 책장에 곱게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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