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 ‘요즘 것들’과 세련되고 현명하게 공생하는 생존의 기술
임영균 지음 / 지식너머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사원을 지나 중간관리자 그 어디쯤에 위치한 이후부터 항상 따라다니는 고민이다. 확 내지르고 꼰대가 될 것인가, 그냥 꾹 참고 무난하게 살것인가를 말이다. 내 나이는 기성세대도 아니고 밀레니얼도 아닌 그 어디쯤에 있는 낀세대 그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나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살지는 않지만, '내가 신입때 저정도는 아니었는데'는 머리속에 항상 담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움을 잠재워 보고자 밀레니얼들에 대한 글을 일부러라도 찾아 읽는 편이지만, 막상 내앞에 불도저같은 그들이 나타나면 정말이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된다.

두어달쯤 부서를 정기인사로 부서를 옮기고, 지금껏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보다 훨씬 어린친구들과 근무를 시작했다. 풋풋하고 예쁘게 보이는 것도 잠깐, 민낯으로 날아드는 보고서를 보거나 전자결재만 휘리릭 올려놓고 휴가를 가는 요즘것들을 보면 마음속 어디에선가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보다. 꼰대라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스스로 꼰대라고 생각하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훨씬 편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너희들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p.19, 영화 은교)

중2병, 꼰대라는 단어는 요즘 부쩍 회자되는, 아니 이미 사회적인 통념으로 자리잡은 세대를 가로막는 프레임이다. 내가 막 입사했을 때만해도 기껏해야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는 '신세대' 정도로 아주 짧은시간 별종 취급을 했을 뿐만아니라, 그마저도 기성세대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직장인인이 되면 적당히 선배들의 비위를 맞추며 그곳에 동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성세대와 밀레니얼을 넘어 그 사이에 있는 낀세대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세대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어느 정도의 꼰대인가? '할많하않' 정도의 꼰대로 정의되지 않을까. 새로운 신입들의 태도가 몹시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거의 지적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짜증을 내면서 그들의 일을 내가 해치워버리곤 한다. 듣는 척하지만 인정하지 않는 은밀한 꼰대 정도인가 보다. 정말 참고 싶지 않을때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조언해주고 싶지만 그들의 반발과 논리에 피곤해지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하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 조언하지 않고 해치워버리는 나를 보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를 인정하기 보다는 그들도 어쩌면 '할많하않'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듣지 않는다 > 대놓고 꼰대 / 듣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 은밀한 꼰대 / 등고 인정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 게으른 꼰대" (p.37)

중간관리자가 되기전, 매우 엄하고 철두철미한 상사와 오랜시간 근무를 했던 적이 있다. 일하는 능력에 존경심을 품고 있었으나 다시는 함께 근무하고 싶지 않은 어려운 상사였다. 오랜시간 근무를 하면서 일하는 능력을 배우지는 않고 엄하고 철두철미한 성격만 배웠는지 간혹 나의 태도를 보고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렇게 어려운 상사는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근무했던 기억이 있음에도 시집살이도 해본 사람이 시킨다는 옛말을 증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작은 선택의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어릴적 느끼곤 했던 선배들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그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산타가 되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린 지금 직접 산타가 될 시기에 와 있는 그들에게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될 수 있으면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다.

"사람의 인생을 구분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사람은 태어나서 산타를 믿었다가,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가, 직접 산타가 되었다가, 더 이상 산타가 도지 않는다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레 내 인생도 돌아보게 되었다." (p.121)

제목은 이꼴저꼴 안보고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고 외치고 시작했지만, 무작정 밀어붙이는 꼰대가 아닌 요즘 것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삶에 대한 조언이었다. 나의 신입사원 시설을 떠올리며 부담스럽지 않게 지금의 나의 태도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누구나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 요즘 것들과의 연대를 꿈꾸는 따뜻한 곤때의 관계 개선 프로젝트. 그것은 꼰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나은, 좀 더 따뜻한 꼰대가 되기 위해 방향을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책날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