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고 싶어요, 날 녹여주오

날 녹여주오 - 냉동인간 해동 로맨스
백미경 원작, 배정진 구성 / 그린하우스 / 2020년 2월

작년 하반기쯤 tvN의 드라마로 방송됐던 드라마 소설이다. 백미경 작가의 드라마중에 힘쎈여자 도봉순이나 품위있는 그녀를 너무나 재미있게 봤었던터라 두번의 고민도 없이 선택했던 책이었으나, 소재가 너무 판타스틱해서 그런지 공감하기도 조금 어설프고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하기도한 살짝 아쉬운 책이었다. 지창욱, 윤세아가 출연했음에도 입소문도 타지 못하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던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이니 아쉬운 것은 여기까지만,,,

TBO에서 잘나가는 예능프로 '무한실험천국'의 PD 마동찬과 무한실험천국의 실험녀를 비롯해서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열혈 대학생 고미란의 달콤 살벌한 해동로맨스가 주요골자다. 무한실험천국 PD 동찬은 냉동인간프로젝트의 사회적 관심을 이끌기 위해 24시간 냉동인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직접 실험에 참여하게 되고, 비교 실험대상으로 지금 막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미란을 고액의 알바비로 설득시켜 실험에 참여시킨다. 24시간 후 안전하게 깨어날 수 있다는 철썩같은 약속과 함께 말이다.

동찬과 미란이 깨어나야 하는 그 시간, 냉동인간 실험이 성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실험의 키를 쥐고 있던 황박사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실험에 참여했던 동찬과 미란은 원하지 않던 20년간의 동면에 들게 된다. 뭔가 막 SF 같을 것 같지만 스토리에 SF적 요소는 거의 없이, 그저 소재가 '냉동인간'인 로맨스 소설이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전개되는 과정을 보아하니 개연성 있게 진행된다기 보다는 다소 억지스럽게 코믹스러운 드라마이지 않았을까 싶다.

원치 않았던 20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난 동찬과 미란은 31.5도의 비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져도 33도가 넘어가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어이없는 상황인데 업친데 덥친격으로 부작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황박사는 20년전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과연 이들은 31.5도의 벽을 넘어 36.5의 평화로운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싶기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기도, 추위를 느껴보고도 싶은 31.5도의 냉동인간 한쌍은 서로에게 끌리는 심장의 설레임과 함께 그들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아무래도 나 지금 세상이 좀 버거운 거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긴 하는데 자꾸 넘어지고 망신다앟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p.165, 20년후 깨어난 미란의 하소연)

"그렇지. 그렇게 뒤로 물러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해. 0.5미터, 이 거리를 유지해야 돼,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해." (p. 169, 서로에게 느끼는 설레임으로 체온이 오르는 것이 두려운 동찬)

"그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고 싶어서요." (p.261, 불치병에 걸린 여자친구와 냉동캡슐에 같이 들어가고 싶은 정우)

냉동인간이라는 만화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흥미진진한 몰입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따뜻한 햇볕을 쪼이면서 머리속을 말끔하게 비우기 위한 타임킬링용 소설로 읽기에는 만족스러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