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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는 곰
뱅상 부르고 지음, 박정연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0년 2월
평점 :
"당신의 연인은 누구인가요? 당신의 연인은 어떤 동물을 떠올리게 하나요?"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 주인공 그녀와 곰이 춤을 추며 멀어진다. 플립북 같은 느낌이다. 글은 많지 않고 그림과 색감으로 그들의 사랑을 전한다. 만화와 소설이 결합된 그래픽노블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책이다. 짧은 시간 그림을 따라 스토리를 읽어내리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와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곰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한번 책장을 넘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정도로 이해하고 책을 선택했던탓에 생각보다 두꺼운 책의 페이지수에 놀라고, 그림을 따라 자연스럽게 읽히는 색다른 스토리에 책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 마지막 챕터쯤, 다시 만난 그들이 파티장에서 춤을 추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기위해 여러차례 책장을 넘기며 그들의 해피엔딩을 기원하게 된다.
그래픽노블 내 남자는 곰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에서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 뱅상 브르고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정착 후 출판한 그의 첫 번째 그래픽노블이다. 때로는 컬러플하고, 때로는 어두운 색감의 일러스트가 사랑하는 연인들의 심리적 변화를 공감하게 한다.
사람과 곰의 사랑으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사랑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피해갈 수 없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의 연인은 포근하고, 아는 것도 많고, 춤도 잘추는 '곰'이다. 곰과 사랑에 빠졌지만 아름다운 인생이라 느끼고 있던 어느날 그가 이유없이 사라진다. 기다리다 지친 그녀는 그를 찾아나서고 무수히 많은 다른 남자들의 유혹이 있지만 그에게 이미 빼앗겨 버린 마음을 다시 내어줄 수는 없다.
잊으려 노력하고 수많은 파티를 다니던 어느날 그와 다시 마주쳤다. 그리고 처음만난 그때 처럼 다시 춤을 춘다. 하지만 그는 나를 잊은 듯 하다. 그녀는 연기하는 기분으로 그를 관찰하고, 습관을 만들며 근사한 생활을 한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어느날 그는 또 다시 사라졌다. 밝고 컬러플한 일러스트가 어두운 흑백으로 변하는 것으로 그가 떠나고 홀로남은 그녀를 나타내 준다.
눈보라 치는 숲에서 잠옷차림으로 길을 잃은 그녀앞에 또 다른 그가 나타나고, 그녀를 걱정하는 또 다른 그를 뒤로 한채 그녀를 떠난 곰을 찾아 헤매지만 힘겹게 찾아낸 연인 곰은 그녀의 절박함에도 깨어나지 않는다. 외로운 뒷모습을 보인 그녀는 또 다른 그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삶을 사는 듯 하다. 그리고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곰.... 그녀는 곰과 함께 멀어져 간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다시 헤어지고,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평범한 일상 그러나 다시 나타난 옛사랑. 과정만을 두고 보자면 치정사건에 얽혀들것만 같다. 두번의 만남과 헤어짐 뒤에 그녀의 '살아간다'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사랑에 치이고 이별에 치여서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일상을 사랑이 없는 그저그런 삶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그녀의 연인 곰과의 사랑이 모든 일상을 던져버리고 무대밖으로 떠나버릴 정도로 절실했던 것일까. 내가 그녀 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짧은 문장과 일러스트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그를 어느 파티에서 만났다.
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 남자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것들을 알고 있었다.
근사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인생이
내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