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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그림자 ㅣ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회색빛 벽으로 흐르는 핏자국, 그리고 차곡 차곡 놓여진 총신과 부속들. 사신시리즈의 두번째 책 사신의 그림자는 L의 엽기스러운 행각을 총과 함께 시작한다. L이 누군지 알게 되었을때는 악마같은 그의 행동에 대한 분노와 함께 L에게 작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고 긴 잠에 빠진 모삼. L이 노리고 있는 사람들, 표면상으로는 피해자이지만 사실은 모두 죽어야 할 이유가 있는 자들이다. 법으로 심판해야 하는 자들을 지켜야 하는 모삼은 범죄를 해결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속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왜곡된 선과 악... 때문에 범인을 찾아내고도 사건해결에 대한 쾌감을 느낀지 너무 오래다. L에게 지목된 악마들을 지켜야 할까? 아니면 L에게 처벌되도록 모르는척 해야 할까? L과의 게임이 반복 될 때마다 모삼의 심리적 갈등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많은 살인 사건을 처리해 보았지만 근래 일어나는 사건들은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았가. 매번 진상을 밝힌 뒤에야 겨우 현실이 이렇게 잔혹한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p.9)
갈수록 잔인해지고 대범해지기까지 하는 L, 그를 쫓는 모삼은 점점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심리적 갈등과 예측할 수 없는 L의 범죄 앞에서 당황한다. 급기야 모삼은 자신이 L로 변화해보려고 한다. 자신보다 살인사건에도 정보에도 법률에도 심지어 경찰청 내부에도 더 투철한 L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추리가 난국에 빠질 때, 그는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p.262)
L이 철두철미한 악마로 자라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가장 안타까워해야하는 사람이 L일지도 모르겠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은 보통 타인을 괴롭히지 않아.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은 거의 과거에 자신도 괴롭힘 받았던 적이 있어." (p.138)
이유 있는 사인사건을 사이에 둔 L과 모삼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을 넘기고 있다. L의 정체에 대해 쓰고 싶어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지만 꾹 참고(L이 궁금해서 마지막 장을 먼저 읽어 버리고 말았다) 후기를 끝낸다. 예상밖의 결론이지만 또다른 이야기를 담은 후속시리즈를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