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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3국의 커피, 누들, 비어 - 프렌치 커넥션을 따라 떠나는
이영지 지음, 유병서 사진 / 이담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베트남인은 쌀을 심는다. 캄보디아인은 쌀이 자라는 것을 본다. 라오스인은 쌀이 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p.19)
3국의 주식인 '쌀'로 3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표현하고 있는 문장이라고 한다. 행동으로 옮기고, 바라보고, 더 내밀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출세욕이 강하고 부지런한 베트남, 느긋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라오스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한편의 무겁지 않은 인문학 책을 읽은 듯한 여행기였다. 이 책의 여행지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는 저자의 말처럼 무심코,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곳이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3국의 커피, 누들, 비어]는 한국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접근하는 인도차이나 반도 3국에 대한 문화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프렌치케넥션의 컨섭을 담은 여행기록으로 남긴 글이다.
글을 읽으면서 눈앞에 그려지듯 느껴지는 3국을 상상하다 보니, TV 프로그램의 가족여행을 보고 홀딱 반해서 아들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고 있던 베트남이 성큼 더 다가온 느낌이다.
역사나 지리쪽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터라 인도와 중국의 사이에 있는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3국이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 였었던 사실도 알게 된다. 놀거리, 먹거리에만 집중해서 기억을 남겨두다 보니, 다낭의 바나힐이 프랑스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조성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던 것 같은데 역사적 사실을 싹다 잊어버리고 '다낭에 가면 바나힐에 꼭 가봐야지' 정도의 기억만 남아 있다.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인도차이나 3국과 프랑스의 이야기 덕분에 이제는 인도차이나 3국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프렌치 스타일 호텔 소피텔에서 제공되는 커피와 크루아상의 모습에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의 문화에 뭉근하게 스며들어 있는 프랑스가 보인다. 왠지 우아하고 고급진 느낌의 프랑스 커피와 크루아상 그리고 함께 있는 쌀국수가 조금은 이질적이지만 자연스럽다.
"인도차이나 3국에 있는 세호텔에서의 특징 중 하나는 아침에 즐길 수 있는 현지식 국수코너 이다. 스트리트 푸드인 현지 국수를 고급스럽고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육수와 서너 가지의 국수 종류, 다양한 고명과 소스들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인도차이나 3국 여행은 아침마다 두 가지의 국수를 먹고 크루아상과 커피도 먹느라 소화시킬 시간도 없었던 가스트로미 여행이었다." (p.56)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여행에 대한 관심도 많았지만 커피, 누들, 비어라는 주제 또한 좋아하는 음식들이였던지라 흥미롭다. 요즘들어 부쩍 많이 보이는 베트남의 G7 커피와 베트남 커피드리퍼 커피핀, 연유와 함께하는 진한 커피 커피쓰어다 등 아무것도 모르고 마셨던 그곳의 특별한 커피들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물론 점심메뉴로 자주 찾는 쌀국수에 대한 글 또한 흥미롭다. 평소 먹던 쌀국수라고 해봐야 우리네 입맛에 맞춰서 고수도 거의 안들어간 고기와 레몬 한조각이 나오는 정도의 쌀국수였던지라, 기본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쌀국수에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조리한 다양한 쌀국수를 맛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즐기듯 둘러보는 커피농장 투어와 이른 아침 나눔의 행렬을 경험할 수 있는 탁발행사 또한 인도차이나 3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될것 같다. 특히 라오스 여행기를 접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새벽의 '탁발' 행사는 꼭 한번 참여해 보고 싶은 문화다. 평소 접하던 불교 복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샤프란 컬러의 가사를 입은 수도자들의 행렬과 그들에게 자신의 소망과 함께 한주먹의 찰밥을 시주하는 모습, 그리고 최소한의 자기 몫만을 남기고 다시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면 글과 사진 보다는 훨씬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뜨끈한 쌀국수 국물, 짭쪼름한 분짜와 피쉬소스 그리고 청량감 가득한 맥주!
보통은 여행기를 읽다보면 사진으로 대리만족하곤 했었는데 커피, 누들, 비어라는 애정하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여행기라서 그런지 사진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조급함이 생긴다. 당장이라도 베트남을 향해 날아갈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싶게 만드는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