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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식집
슬리버 지음 / 몽스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얼마전 아이와 함께 읽었던 게임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게임소설 속 공간이 던전을 없애는 싸움을 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구겅이었다면, 기적의 분식점은 판타지아로 표현되고 있는 이공간에게서 식재료와 요리를 통해 주인공이 레벨업 되고 있는 점만 다른 느낌이다. 먼저 읽었던 비슷한 종류의 소설을 읽기전에 이 택을 먼저 읽었더라면 훨씬 더 신선한 느낌으로 읽었을 것 같다.
주인공 성호는 자리가 좋지 않아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지만 항상 성실하게 가게를 관리하고,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한다. 무료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사냥꾼이 되어 신비한 대륙을 누리는 꿈을 꾸고, 그 꿈이 현실이기를 상상하던 어느 날 방구석 한켠에 자리 잡은 물결치는 푸른 문을 발견하게 된다. 게임 속 포털 같은 이계로 통하는 푸른 문을 넘어 신비로운 숲에 발을 딛게 된다.
신비로운 숲에서는 성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성호에게 딱 맞는 스킬과 필요한 버프기능을 선물한다. 마치 성호가 게임속 캐릭터가 된 것처럼 말이다.
"지구력: 12 힘: 12 민첩: 11 지능: 9 화염저항: 7% 냉기저항: 0% 독저항 0% 비전저항: 0% 스킬일람: 없음" (p.19)
이계의 판타지아를 탐험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성호는 다양한 스킬이 업그레이드 되고, 획득한 요리재료의 버프기능으로 분식점의 메뉴는 풍족해지고 맛집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판타지아에서 얻은 동물친화 스킬덕분에 귀여운 길냥이들이 분식점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아 주요 고객층인 여고생들의 관심을 듬뿍 받게 되고, 특히 판타지아에서 데려온 딩고는 거대한 크기와 색다른 색깔로 인해 사바나캣으로 알려지며 성호에게 큰 도움을 주게된다.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고, 음식은 맛있고, 가격은 착한 꿈의 분식점 '고양이 분식점'이 판타지아의 은혜로움에 힘입어 동아대 일대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판타지아는 살이찌지 않게 해주는 개울치, 시원하게 해주는 겨울딸기, 피부를 재생시켜 주는 새우튀김, 활력을 증가시켜주는 태양사과 등등 꼭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여러가지 버프기능을 가진 식재료들을 화수분처럼 공급해 준다. 만약, 성호가 판타지아의 환상적인 식자재들을 혼자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했다면 기적의 분식점의 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딸기: 요리에 첨가 시 한 가지 효능을 부여할 있다. 효능: 2시간 동안[시원함/1] 버스 활성화" (p.19)
주인집 할머니를 진심으로 대했던 성호를 위해 판타지아라는 환상이 나타나고, 판타지아의 환상들을 짐심을 다해 사용하는 모습을 이어가기 위해 판타지아는 기적의 분식점을 위한 화수분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만의 이익만을 쫓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기적의 분식집은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에서 스토리를 검증 받은데 이어 온라인 게임으로까지 제작된 소설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이후의 개인적으로 소설보다는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스토리였다. 소설 스토리로만은 살짝 부족할 수도 있겠으나 스킬과 버프기능을 레벨업 시키는 게임속에서는 좀 더 생동감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은 정직하게 흘렀다. 판타지아를 발견한 지 어느덧 6개월쯤 지났다. 아직 즐길 것은 많이 남았고 미래를 걱정해 봐야 아무것도 바뀌진 않는다. 성호는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데 괜히 혼자 끙끙 앓아봐야 자기만 손해다." (p.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