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아른핀 콜레루드 지음, 손화수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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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내가 로또에 맞는 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로또에 맞아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큰돈이 나에게 생긴다면, '제일 먼저 직장을 그만두고 차도 바꾸고 남편과 아들과 다툼을 해야하는 공용 노트북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샤방샤방한 내 노트북부터 마련해야지' 이런 상상이 즐겁지 않을 이유는 없다.

대다수 사람들이 로또라는 행운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라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지금까지 어쩔 수 없는 절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엄청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쓰고 싶은 데로 돈을 맘껏 쓰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은 이런 보통사람의 로또 당첨금에 대한 감정을 살짝 비틀어서 들여다 본 책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프랑크와 엄마가 어느날 우연히 엄청난 금액(2천4백만크로네, 한화 약30억)의 로또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프랑크가 난생 처음 보는 큰 숫자가 떠 있었다. 프랑크와 엄가다 당첨된 숫자는 다음과 같았다.

2 - 프랑크와 엄마를 더한 숫자

3 - 엄마(Mor)라는 글자의 알파벳 숫자

5 - 프랑크(Frank)라는 글자의 알파벳 숫자

7 - 일주일을 이루는 날의 숫자

8 - 로또를 샀던 날 프랑크와 엄마가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의 모양

11 - 욕실 컵에 나란히 담겨 있는 칫솔의 모습

18 - 눈사람이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 (p.9)

로또에 당첨되고도 일상을 전혀 바꾸지 않은 프랑크의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가 불만인 프랑크. 엄청난 당첨금이 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프랑크에게 겨우 치즈 추가 주문만을 허용해주었다. 로또 당첨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외할머니에게만 전했던 소식이 돌고돌아 프랑크와 엄마가 살고 있는 마을에 전달되고 엄마와 프랑크는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말았다.

특별한 이유없이 아무렇지 않게 도움을 청하는 이웃 사람들과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편지에 지친 엄마는 이 소란을 잠재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프랑크 엄마는 마을 사람들에게 '친절경진대회'를 제안하고 특별히 착한 일을 하는 사람 한명을 뽑아 1백만 크로네를 상금으로 주기로 했다. 이로인해 마을은 어이없는 소란이 시작되고 프랑크는 대회에서 상금을 탈 수 없는 단 한사람이 되고 만다.

도랑 쓰레기를 주으러 다니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매일 저녁 장을 봐주는 사람, 앞마당 잔디를 깍아주는 사람, 파리를 잡아주는 사람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넓은 앞마당에 미니 골프장을 만든 사람까지 일어나는 일들만 보면 마을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착한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습관이야. 친절경진대회의 목적도 바로 그거야. 난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고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될 거라고 믿었어. 우리가 마을 떠나 있어도 사람들이 계속 착한 일을 습관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내 바람이야." (p.121)

하지만, 자의에 의한 착한 일이 아닌 1백만 크로네를 목적으로 하는 착한 일인지라 소소한 말썽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거나, 잔디깍는 기계의 줄을 끊어 버리거나, 강아지를 외딴 섬에 데려다 놓고 다시 찾아다 주는 일까지... 과연 착한 일을 습관으로 만들고자 했던 친절경진대회는 프랑크 엄마가 원하는 결과를 줄 수 있을 까...

로또 당첨금으로 프랑크는 엄마와 지중해 여행을 떠나고, 엄마는 일등석 좌석을 이용한다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아주 소소한 지출을 늘리지만 여전히 프랑크에게 식당의 냅킨을 주머니에 넣으라고 하거나 에어매트를 사주지 않는다. 그러던중 프랑크는 독특한 행동을 일삼는 마그누스를 만나게 되고 '돈'이 가진 어두운 면을 보게되고, 엄마의 친절경진대회 1백만 크로네는 절대로 마을 사람들을 선의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만들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1백만 크로네의 상금은 목줄을 잃어버린 사냥개처럼 활개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중략) 거동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했던 엄마는 제멋대로 활개를 치는 1백만 크로네를 동네에 뿌려 놓은 것이다." (p.224)

선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여행지에서 특별한 깨달음을 얻은 프랑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엄마를 설득하게 되고, 마을은 친절경진대회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로또 당첨금(돈)'과 '엄마 & 마을사람들' 그리고 '친절경진대회로 인한 마을의 변화'를 프랑크의 시선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너라면 어떻게 했을것 같니?' 등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은 소재가 많아서 좋았다.

과연, 내가 로또가 당첨되었다면 프랑크 엄마와 같이 일상이 변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여전히 씁쓸한 사실을 다시한번 기억하게 되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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