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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 이제 자존심, 꿈, 사람은 버리고 오직 나를 위해서만! ㅣ 50의 서재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센시오 / 2019년 10월
평점 :
20대 때는 시속 20Km, 30대 때는 시속 30Km로 나이에 따라 시간의 흐름도 빨라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평생 안늙을 것처럼 콧웃음 치곤 했다. 그런데, 불혹이라는 마흔이 지나고나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빨라짐을 느낀다. 새해 일출을 본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있다. 시간이라는 화살이 덧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50대를 보다 당당하게, 의미있게 살아갈 방법에 대해 성찰하고, 57살이 된 지금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평안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50을 얼마 안남겨두고도 아둥바둥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진심 부러울 따름이다. 인생의 반환점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오롯이 나를 바라보고 싶다는 희망을 해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하는게 참 많다. 노여움도, 외로움도 많아진다. 요즘들어 혼자놀기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있지만 혼밥, 혼공은 끝자락에 2%부족한 흔적을 남기곤 한다. 마흔이 되기전까지만 해도 앞만보고 달리기에도 숨이찰 지경이었다. 직장맘으로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한고 있는 생활은 '버틴고 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은 아이들도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않고, 직장은 평범한 내가 더 이상 진급을 하거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냥저냥 퇴직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표지와 책 중간중간 삽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나온 아저씨들이 정겹다. 비록 배도 나오고 머리도 빠져가고 있지만 얼굴 표정만은 지금이 제일 행복한 표정이다. 치열한 삶에서 한발짝 벗어나 나만의 삶을 즐기고 있는 사람의 표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목만 봐도 50이라는 나이가 '인생의 격변의 시기(=폭탄)'구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1장 50! 드디어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2장 이제 난 남에게 신경쓸 여유가 없거든
3장 여전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법
4장 50! 폭탄이 터진대도 즐거움은 있다.
5장 그래도 내 아름다운 인생은 계속된다.
일본 만화의 신 데즈카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나이를 먹어도 질투라는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적인 모습이다. 질투의 대상이 사람이든 능력이든 어떤 것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 분야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으로 칭해지는 이도 새로이 등장한 능력있는 이에게 질투하는 걸 보면 질투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나 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나보다 잘하는 후배들을 이유없이 비난하기도 했던 질투쟁이 였던것 같다. 지금은 반성하는 것처럼 쓰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질투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서른 살짜리 젊은이가 질투하면 경쟁심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쉰살이 넘어서까지 경쟁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인격 형성이 덜 된 것으로 보인다." (p.57)
이것만 있으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가 있을까? 아직 나는 그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다. 책에서 처럼 음악이 좋은 사람도 있고, 와인이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수시로 변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인생에 꼭 필요한 한가지는 삶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쉰살을 맞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한 가지일 것 같다.
"'이것만 있으면 사는데 별 문제 없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라는 것이 있다면 세상 사는 보람이 생긴다." (p.69)
나이를 탓하며 작아지는 나를 견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정욕구고 뭐고 그런 이론적인 것을 다 떠나서 일상에서의 문제를 과연 견뎌낼 수 있는가 말이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고, 뒷방 늙은이 취급도 묵묵히 견뎌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것 같았던 세상에서 슬슬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좌절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50세를 맞으면서 제일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50세가 넘으면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존심과 타협해서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110)
50세, 반백살 그리고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지천명의 나이.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하루하루가 다른 체력을 느끼고 이제는 주변의 누군가가 소천하시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자존심, 꿈, 타인의 인정 이런것보다 내가 중요한 나이다. 남들의 시선이 조금 거슬리더라도, 조금 외롭더라도 오롯이 나만을 위하면서 늙어가는게 옳다고 믿게해 주는 책읽기였다.
"이제 진짜 나 자신을 위해서 살자!"
ps. 다만, 50세를 맞은 남성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다 보니 여성의 입장으로 읽을 때 공감이 덜 되는 부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