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반의 우주 -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
김슬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단짠을 끊임없이 외치는 90년대생 답게 독립을 단4 짠6의 생활이라고 표현한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단4'를 찾아내는 긍정마인드가 기특하다.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에세이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주거독립에서 부터 관계독립까지 두루두루 만들어가는 나만의 세계에 대해서 쓰여진 글이다.

저자는 기숙사와 사택을 전전하다 상경한지 7년만에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한 자취생이고, 첫눈에 반한 집을 덜컥 계약해서 생긴 난관을 극복하면서 독립은 실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욕망과 현실사이에서 독립의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하며 자신만이 세계에 대해 일기처럼, 독백처럼 독자들과 이야기 한다.

혼술, 혼밥, 혼여처럼 혼자의 세계, 나만의 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아마도 관계의 무거움에서 살짝 비켜나 나를 위해주는 삶을 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내가 자랄때만해도 양보와 배려가 미덕으로 조금 손해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겨울 정도록 교육 받았다. 그래서인지 '나'보다는 '남'에게 더많이 신경쓰는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9평 반의 우주'라는 은유적 표현을 통해 남이 아닌 나를 생각하는 나만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엇이 됐든 제일 중요한건 '나'이다.

요리를 안하면 어떤가, 매일매일 고구마와 과일만 먹어도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힐세권이면 어떤가,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편안하고 운동삼아 언덕을 오르는 일이 좋으면 그만이다. 두 고양이의 투닥거림는 목소리를 듣고 무탈하다고 느끼며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행복한 일이 참 많은데 그 조금만 내려놓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모든 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무탈하여 더 바랄게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p.82)

말뿐이지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맥시멀라이프를 인정해주기까지 아마도 속 꽤나 시끄러웠을 것이다. 나 역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2~3년쯤 입지 않았던 옷도 옷장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기 일쑤고,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보던 책조차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보고 싶어서 제일 마음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아이들 책은 100권쯤 정리해서 괜찮은 책은 필요한 사람과 나누고 너무 오래된 책은 재활용함에 투척했다.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 하던지... 아직 정리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한발 내딛은 것 만으로 나를 칭찬하기로 한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나도 멋진 미니멀라이프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덕에 옷을 구매할 때 혼용률 같은 소재를 체크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지만, 예쁘고 소재 좋고 핏까지 좋은 옷으로 행거를 채우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p.97)

저자는 1년을 돌아보는 100개의 질문이 적혀 있는 연말정산을 읽고 기억을 더듬으면서 작은 시상식을 한다고 한다. 더러 말문이 콱 막히는 곤란한 질문이 '올해는 어떤 도전을 했니?라고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기존에 하던 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새로운일에 일부러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매번 그러면서 새해맞이 의식으로 무엇인가를 다짐하고, 매번 작심삼일의 아픔을 맛보곤 한다.

저자가 책에 기술하고 있는 새해맞이 빙고게임이 신박해 보인다. 돌이오는 새해 다이어리 첫장엔 16칸짜리 빙고를 그리고 꼭 이루겠다는 사심을 가득담아 16칸을 채워야 겠다. 연말에 외칠 '빙고'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꾸준히 지켜야 하는 것보다 결과론적인 목표가 빙고를 달성하기엔 좋습니다. 한 달에 책 4권 읽기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p.155)

아주 친한 친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두루두루 사람들과 잘 지내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단짝'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서 일까. 인간관계에서 자립이 덜 된 탓일까. 이따금 신경써야하는 인간관계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진다. 영원한 단짝이 아니라 쿨한 단짝이 필요하다.

"친구라는 이름에서 기대를 덜어내고 서로에게 더 좋은 타인이 되기에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에서의 자립이다." (p.164)

아직까지 한번도 혼자살아본적 없는, 앞으로도 혼자 살아볼 기회는 없을 것 같은 사람으로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읽은 책이다. 웃풍이 세고 곰팡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집이라도 한번쯤은 나만의 우주에서 살아보고 싶다. 챕터마다 팁으로 적혀있는 글들은 나만의 우주를 만들고 있는 수많은 '나'들에게 유용한 팁이될 것 같은 깜찍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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