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오지혜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평점 :
오늘의 좋음을 위해 내일을 생각하지 않기 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삶을 주로 살고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방법이 옳다는 확신이 생기기 보다는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라는 의문이 더 많이 드는 요즘이다.
오늘을 포기한다고 내일이 더 나아질거라는 확신도 없으면서도 아이들에게까지 은근슬쩍 아니 대놓고 강요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조금 내려놓고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내일을 걱정하기 보다 오롯이 지금, 오늘에 집중하고 싶다.
"오늘을 좋고 싶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대로, 좋음을 누리기에 충분하다는 것" (p.7)
책날개에 있는 네컷만화에 눈이간다. 20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지금껏 절제된 소비생활을 당연히 여기고 살았다. 직장생활 초반에게 워낙 적은 급여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여건이 훨씬 나아진 지금까지도 몸에 벤 습관이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편의점 커피를 고르면서도 가격을 따지는 내 모습이 생각난다. 요즘에야 거의 모든 커피전문점의 가격이 별다방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서 서슴없이 별다방을 다니는 사치를 누리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커피를 좋아하면서도 별다방 방문은 이벤트 같았다.
"이왕이면 맛있는 걸로"
낙관적인 마음가짐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까? 물론 끊임없이 낙관적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적이고 싶은 생각 뒤로 줄줄이 꼬리지어 따라오고 있는 걱정들을 잊기 어렵다. 나의 걱정을 작은 걱정인형 손에 쥐어줘도 말이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걱정이 멈추지 않는 건지알수 없다. 나에게 무한루프와 같은 걱정을 잠시 걱정인형에게 맡겨두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본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도, 나른한 졸음을 참지 않고 깜빡 잠드는 것도, 밥하기 싫은 날 먹고 싶은 배달음식으로 한끼 해결하는 것도 즐거운일이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차가 막히는 출근길에 부족한 잠을 해결할 수도, 돈이 없어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날은 보너스와 같은 시간을 어떻게 쓸까 행복한 고민을 할 수도 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선물같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옛말에 아끼다 똥 된다고 했다. 오늘 좋을 수 있는 가능성을 아끼다 쓸모없는 똥으로 만들지 말고 오늘의 즐거움을 미루지 말자.
좀 더 싼걸 찾아 헤매는 나에게, 선뜻 집어들기를 망설이는 나에게 '사고 싶은 걸 사! 나, 부자야'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우리 남편은 나와 같은 소심이라 망설이는 나에게 해주는 말은 고작 '사고 깊으면 사' 정도이다. 사고 싶으면 사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직접지라는 말일 것이다. 현실적인 추임새였음을 알면서도 서운해지는건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 돈 벌어 먹고살면서도 신세가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날 많았고, 힘겹게 돈 버는 이유를 곧잘 잃어버렸다. 이제는 안다. 지금 먹고 싶은 것 먹으려고, 오늘 갖고 싶은 것 가지려고, 이번에 하고 싶은 것 하려고 돈을 번다는 것을. 그건 낭비가 아니라 사는 것임을. 기분 좋게 살고 나면 내일도 살아볼 기운이 났다." (p.163)
누구나 겪는 고민을 나도 하고 있는 거구나, 조금쯤 여유있게 살아도 달라지는건 없겠구나 하면서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건 아니구나'하면서 위안을 받게 되는 책읽기 였다.
지금보다 조금만 여유있게, 조금만 편안하게, 조금만 욕심을 내려놓고 선물같은 오늘을 선물처럼 살고 싶다.
빨래를 하면서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 뮤지컬 빨래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