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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평점 :
영화보다 영화같은 12가지 충격실화는 어떤 에피소드인지,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할 정도의 이유가 어떤건지 호기심이 드는 제목과 소개글이다.
최근 다크웹이나 정준영 성범죄와 같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이 종종 있어서인지 범죄자의 양형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한편 너무 낮은 양형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대체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 범죄가 있기는 한건지, 유전무죄의 양형은 아니었던건지 살짝 불만을 품은 마음으로 책을 편다.
페르디남트 폰 쉬라크는 25년간 2,500여건의 사건을 변호한 형법 전문 변호사다. 이 책을 통해 처벌의 의미와 존재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했으며, 범죄자이지만 '인간이기에 공감'하는 한편, 인간이라서 알 수 없지만 '법만이 내릴 수 있는 판단' 사이의 갈등을 기술하고 있다.
형사사건 변호사의 시각으로 기술한 12편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법의 입장에서 누구든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무죄추정의 원칙, 일사부재리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등에 따라 범죄자에게 선고된, 혹은 무죄판결된 사건들이다.
범죄사실에도 불구하고 무죄가 선고된 판결에 동의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다만, 죄의 무거움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법의 논리에 따라 죄에 상응하지 않는 선고를 하게 됨을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검사는 법대로 죄를 따져 물었고
변호사는 법대로 권리을 지켜주었으며
판사는 법대로 판결했다
저자는 재판에는 제시된 증거가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데 충분한지, 범인이 확정되면 형량을 어느정도로 두어야 하는지의 두가지 차원이 얽혀 있다고 한다.
제시된 증거가 과연 범죄를 증명하는데 충분한가, 12가지 사례에서는 제시된 증거가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고, 무죄를 입증하기도 한다.
또한, 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거나 형식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 계획과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유유히 법망을 피해가기도 한다.
형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도덕성'은 형량판단의 준거가 되기도 하지만, (법적 지식이 얕은 내 기준으로 볼 때) 형량판단의 준거가 되는 도덕성은 객관성을 이유로 '고의성'만을 기준으로 삼는것 같다.
나의 신념과 맞지 않음에도 범죄자를 끝까지 변호해야 하는 변호인(변호사 윤리장전 제19조), 자신의 신념대로 배심원으로서 어렵게 한 질문을 편파적이라고 묵살당하며 재판에서는 거부당한 배심원으로 지명되지만 해임을 요구할 수 없는 배심원(대한민국 국민참여재판법 제32조 제1항 배심원의 해임) 사례를 볼때 과연 법이 나를 공정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사건으로부터 가족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망가져가는 피해자를 적절하게 보호하고 있는지(범죄피해자보호법 제2조 제1항) 등 과연 우리들에게 법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12가지 충격 실화'라는 부제가 찰떡같이 들어 맞는 사건들을 법적 지식이 없는 독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흥미롭게, 흡사 단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