텨댜 : 마음 가는 대로
최설아(텨댜) 지음 / 북치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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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일러스트 에세이집이다. 예쁘고 귀염귀염한 일러스트라기 보다는 보통의 평범한 그 나이때 여자사람의 일상감성을 읽을 수 있는 책일것 같아서 읽기 전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대한다.

생각하는 걸 그리는 1991년생 워홀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작가 텨댜(tyeodya)는 우울하던 시절 정신건강을 위해 슬슬 그려보기 시작한 만화로 첫번째 책 [알 수 없어 두렵지만, 알 수 없어 재밌는 내 인생] 출간에 이어, [텨댜 마음 가는 대로]로 두번째 책을 출간한 그림에세이 작가다.

먼저, 일러스트 에세이니 그림에 대한 느낌을 먼저 적어보자면, 옆집 사는 친구 같은 푸근한 모습의 그녀가 살갑다. 적당히 부스스한 머리에 살짝 늘어진 턱살과 날개 같은 팔뚝은 늘상 예쁘게 꾸며진 그림들만 네버랜드 이야기처럼 보던 나에게 현실감 있는 푸근한 캐릭터로 다가온다. 20대 끝자락의 텨댜 작가와 50대가 얼마남지 않은 나를 비교하는건 미안하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는 나의 모습과 싱크로율 백퍼다.

[텨댜 마음 가는 대로]는 텨댜의 일상부터 워홀, 행복, 사랑, 연애, 가족의 6개 챕터로 구성 되어 있고, 각각의 챕터는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토막시간에 읽기 좋았다.

첫번째 챕터 일상은 흔한 일상의 습관과 친구, 작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그녀만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20대 처자를 40대 아줌마에게 비교하는건 미안하지만 나의 일상과 다를바 없는 집순이 그이상의 뒹굴거림이 반갑다.

어색한 메이크업과 무계획이 제일 좋은 계획인양 살고 있는 계획파괴자의 모습, 아침형 인간을 꿈꾸고 있지만 실제는 올빼미족인 현실속의 나와 같은 모습에 미소짓게 되는 에피소드들이다.

 

두번째 챕터 워홀, 학교 졸업 후 형편상 급하게 취업을 했었던지라 워홀은 고사하고 제대로된 해외 배낭여행의 경험도 없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인 워홀의 일상을 보여준다. 미친변태들의 만남은 워홀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무너뜨려주고, 반면 새로운 환경에서의 친구들과의 만남은 워홀의 설렘을 상승시켜준다. 보통의 워홀 경험자들은 말한다. 워홀은 일도 하고 영어(외국어) 공부도 하고 오는게 아니라 죽도록 일만하고 오는 거라고, 텨댜 작가가 요리실력을 늘려온 것 처럼 말이다. 그래도 내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워홀을 아낌없이 경험하고 돌아온 그녀가 부러운건 어쩔 수 없다.

세번째 챕터 행복, 행복이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는 내가 마음먹은대로 만들 수 있는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축복과 같은 파랑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평온한 일상에서 너무 쉽게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잃어버린다.

요즘 심심찮게 회자되는 소확행이나 욜로 같은 것들이 너무 부풀려진 꿈과 이상을 찾아 힘겹게 헤매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변을 다시 둘러볼 수 있도록 쉼을 주고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사랑하고,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날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날이 적당하면 적당한 대로 행복한 삶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한다. 엄마도 아내도 딸도 아닌 그저 나로 사는 삶을 살고 싶어지는 날이다.

네번째 챕터 사랑 그리고 다섯번째 챕터 연애, 사랑 뭐 그까이꺼이~ 텨댜 작가도 사랑은 대충 그까이꺼였는지 다른 챕터에 비해 짧다.고딩때의 교생선생님 짝사랑 이후, 첫사랑 남편을 만나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아직 옆에 그 사람을 두고 사는 나 역시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적다. 차라리 영화의 애틋한 로맨스로 할 말이 더많은 1인인지라, 긴 에피소드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짧은 챕터에 공감하면서 웃음 짓는다. 장거리 연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난 짧은 연애담은 그간의 담백한 에피소드들 탓인지 발간하는 책마다 다른 남친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며 가슴아픈(?) 농담을 하고 있는 텨댜 작가의 눈물 맺힌 모습과 금새 잊고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동시에 상상하게 만든다.

마지막 챕터 가족,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나에 대해 다 알고 계시고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남을 해하는 일만 아니라면) 든든하게 응원해주신 부모님에 대한 글과 그림이다.

나 또한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아이의 깜찍한 거짓말을 다 알면서도 스스로 말해줄 때까지 모르는척 기다려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않는 행동을 일삼고 반항하는 아이를, 그저 무탈하게 건강하고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언제나 든든한 내편 부모님과 남의 편 같은 내편 남편, 그리고 내 심장같은 우리 아이들 마지막으로 귀찮지만 한없이 위로가 되는 반려견... 나의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가족들이 있어서 힘들때도 기쁠 때도 한결같은 내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색연필로 무심한듯 쓱쓱 그려나간 그림과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오늘도 내일도 나를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해 본다.

"우린 아직 너무 젊고 소중하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니까. 마음 가는 대로, 더 큰 세상에서 새로운 행복을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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