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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때론 혼자이고 싶다 - 혼자여서 고맙고 함께여서 감사한 순간
온기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엄마라는 말처럼 혼자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을까? 엄마는 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없는 삶을 산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까지 혼자일 수도 없고, 혼자일 시간도 없는 안쓰러운 존재가 엄마다.
딸이었던 내가 나이들어 엄마가 되고 보니, 얼마나 철없는 딸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우스개 소리처럼 엄마가 결혼하고 싶지 않으면 혼자 살아도 된다고 하시던 말의 이유를 알것 같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처럼 좋은 딸,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부단히 애쓰며 종종거리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때론 혼자이고 싶은 엄마들의 고독을 응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는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5장으로 구성된 글은 엄마라는 여자사람이 엄마의 자리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허무함, 고된 삶을 살아낸 엄마를 바라보는 딸로서의 연민, 그리고 홀로서기에 대해서 써내려간 글이다.
엄마도 때론 혼자이고 싶다.... 혼자 일 수 없으니 혼자이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제목으로 생각된다. 각장의 도입부에 그려진,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고 다리를 꼬고 앉은 여인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저 이렇게라도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책읽기가 될 것 같다.
엄마들의 고독을 응원한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엄마를 만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개 뼉다귀 같은 말이다. 한낱 인간에 불과한 더더군다나 작고 연약한(보통의 경우) 여자사람인 엄마를 신을 대신하게 만들었다는 감언이설로 엄마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건 아닐까. 엄마보다 힘도 쎄고 덩치도 커다란 아빠는 뭐하고 엄마한테만 저런 짐을 지우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슈퍼맨이 되곤 한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와 다툼을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써내려간 글이 있다. 지금 나의 상황과 어찌나 비슷한지 옆에 있다면 말없이 다가가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성실하게 학교에 나가지 않는 아이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서로 미안해하면서 연락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9시 등교시간 근처 울리는 문자알림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들에게 아이에 대한 일은 아무리 반복해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일이다.
"엄마, 난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엄마는 내가 행복한지 힘들어하는지 내 마음을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그거 아세요?" (p.45)
아이에게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전가하면서, 아이의 의지와 상관 없는 공부를 강요한다. 할머니가 지금 엄마처럼 해줬으면 엄마는 못할게 없었다는 근거없는 이유를 들어가면서 말이다. 아이는 엄마의 강요에 지쳐서 꾸역꾸역 말라가는 식물처럼 무기력해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못난 엄마에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가끔은 멍하니 핸드폰과 뒤엉켜 있는 아이가 보고 싶지 않아서 갈곳 없는 사람마냥 무작정 돌아다니곤 한다. 아이 덕분에 평생 해보지 않았던 혼밥과 혼극에 익숙해진다. 엄마 스스로 아이가 내 소유물이 아님을 깨닫는 시간에 닿아야 할텐데 엄마의 이름으로 사랑이 집착이 되어가는 내가 나도 부담스럽다.
"내 감정에 갇혀 있을 때는 모순을 보지 못한다. 내 감정만 그저 소중하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대의 마음을 할퀴고 난 뒤다. 안타까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널 사랑하기 때문에'가 상처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p.54)
어린시절 보통의 가정처럼 여유롭지 못한 형편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랐다. 엄마의 억척스러움에 미안해서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곤 했었다. 그 시절의 오랜습관이 자리잡은 탓인지 그때보다 여유로워진 지금도 내것에는 무척 빡빡한 태도로 생활한다. 누가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음에도 말이다. 스스로 수도원의 수행자처럼 살면서 한번씩 폭발할 때면 부끄럽게도 수행자처럼 사는 삶의 이유를 아이에게로, 남편에게로 넘긴다. 나는 아직도 어린시절의 나에게 보상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나 보다. 조금씩이라도 나답게 사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하게 된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린시절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던 그 겁 많은 꼬마에게 어른인 내가 보상하는 미안함의 선물이다." (p.77)
"하고 싶을 때는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구나. 그때부터 할 말을 다 참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내뱉는다는 것에 점점 용기가 붙기 시작했다." (p.136)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에 지쳐가는 엄마들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잎으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다독여 주는 글이다. 혼자만 서툴고 힘든게 아니라, 엄마는 누구나 서툴고 힘든거라고, 기운내라고 용기를 준다. 참지만 말고 가끔은 일부러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된다고 격려한다.
아직은 아이를 완전하게 독립시키지 못했지만, 어쩌면 영원히 독립시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삶과 함께하는 삶을 조화롭게 꾸려나가는 엄마이기를 바라면서 혼자여서 고맙고 함께여서 감사한 순간, 엄마도 때론 혼자이고 싶다의 후기를 마친다.
"나에게 있어서 혼자는 어쩌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뒤켠에 숨어 있는 그리움이자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