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 모자란 키스 바일라 8
주원규 지음 / 서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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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 모자란 키스'라는 제목만 보고 생기발랄한 청소년 로맨스 물이겠거니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글은 청소년 로맨스물이라기 보다는 빈부격차, 부의세습, 비정규직의 자기비하를 담은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는 소설에 가까웠다.

'박마루'라는 복학생의 시선으로 '신일특별민족사립고등학교'라는 그들만의 리그를 꼬집어 보는 톡특한 글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수수께끼가 잘 풀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박마루는 0.1%의 상위레벨들만 모여있는 학교에 소외계층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다. 입학하자 마자 편의점 물건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느라 휴학했다가 무죄 선고를 받고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이다. 상위 0.1%의 자녀들과 소외계층 특별전형 입학생의 대립,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의 누명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 등 한 개 모자란 키스가 달콤한 멜로의 느낌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마루를 친구로 여겨주지 않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루를 친구로 생각해주는 종구, 하지만 종구 역시 상위 0.1% 집단에서는 소외받는 학생이다. 상위 0.1% 그룹에 속한 이들은 재력은 상위 0.1%이지만 틀에 그들이 생각하는 규격에서 벗어나는 수준이라면 언제라도 사람을 그림자 취급할 수 있는 집단으로 그려진다. 틀리지 않은 서술이라 더 씁쓸해진다.

그들이 생각하는 규격미달의 마루에게 당차게 사귀자고 말하는 '허신미'를 만난다. 뉴욕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이미 아이비리그에 합격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학생으로 상위 0.1%중에서도 레전드급인 신미가 생활보호대상자 마루에게 관심을 갖는다. 왜? 마루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한사람의 소외계층 기간제 과학교사 경동호쌤의 설명으로 신미가 가상의 인물로 결론이 나서 조금 이해가 되긴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책을 다 읽고도 잘 모르겠다.

마루앞에 해성처럼 등장한 신미는 형편이 어려운 마루에게 아르바이트자리도 구해주고, 중간고사 대신 해야하는 발표준비도 도와준다. 그결과 중간고사 발표에서는 마루와 종구로 구성된 2% 부족할 것 같았던 팀이 대상을 타게된다. 소외계층과 약간 부족한 아이로 구성된 발표조의 1등, 상위 0.1%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속에서도 이들이 1등을 할 수 있다는 약간은 허황된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설정이었던 것으로 그려진다. 가상의 인물 신미의 도움을 받고 상위 0.1%의 집단에서 소외계층의 표본으로 여겨지던 마루가 1등을 하게 되는 드라마틱한 설정이지만 그 또한 마루가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제는 '가난해도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문장을 보면서, 마루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126)

신미가 마루의 첫 데이트 장소이면서 기간제 교사 경동호가 마루에게 신미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해주는 장소로 설정된 학교의 전쟁터, 노트북, 최신휴대폰, 최신 영화, 문신을 새긴 외국 청소년의 사진, 담배 등이 전시되어 있는 전쟁 체험 박물관은 보이지 않는 계층의 벽과 함께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가상의 인물 신미를 통해, 한 개 모자란 키스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상위 0.1%의 집단에서 규격외로 판정되더라도 꾿꾿하게 버텨야 된다는 걸까? 아니면 그들과 다르지만 나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까? 아마도 무조건적인 공감, 내편, 지지, 동의 이런것등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이다. 가볍게 읽혀진 소설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이야기였다.

"내가 알게 된 진짜 허신미, 한 개 모자란 키스는 더 이상 없을 거야. 허신미, 네가 진짜 세상을 가르쳐 줬으니까. 더 이상 모자란 느낌은 없을 거야. 약속할께"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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