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답 - 놀 것과 놀라움이 가득한 글 놀이터 놀놀놀
이어진 지음 / 북오션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찍 출근, 늦게 퇴근하는 근면성실을 무기로 삼고 있던 시기를 지나 요즈음의 화두는 워라벨, 욜로 등등 열심히 일만하는 삶을 탈피한 일과 가정, 나의 삶이 균형잡힌 일상에 대한 관심이다. 하지만, 집-직장을 다람쥐 체바퀴 돌듯이 살아왔던 시간이 워낙 길었던 지라 퇴근 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저자는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좋은 점은 퇴근할 수 있다는 것이고 좋아하는 일은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을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적극 공감한다.

집과 직장을 오가며 삶이 피폐해진 직딩들에게 '퇴근'만큼 빛과 같은 말이 또 있을까. 내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6시 퇴근은 언감생심 꿈꿀수도 없는 일이었다. 과장님 먼저 퇴근하시고, 팀장님 퇴근하시고 이후 선배가 퇴근하고 나면 나의 차례가 돌아온다. 행여 과장님이 약속도 없으시고 한가한 날이면 전 직원이 의미없는 야근을 하기도 했었다. 이런 암울(?)했던 시기를 지나 4-5년전쯤부터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명명하고 기준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기업의 경우 초과근로수당을 미지급한다거나 강제로 컴퓨터 전원을 종료시키는 등 의무적으로 수요일은 무조건 퇴근을 일찍하도록 장려했다. 한동안은 수요일 일찍 퇴근에 익숙하지 않아 내 주변에는 수요일 가정의 날 = 수요일 술먹는 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7월부터는 장기간의 검토를 거쳐 법정 40시간과 연장 최대 28시간 총68시간을 한도로 근무할 수 있었던 주당 법적근로시간을 법정 40시간과 연장 12시간 총 52시간을 한도록 근무할 수 있도록 단축시행되었다.

두가지의 변화를 볼때, 과거에 비해 퇴근 후 나의 시간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열심히 일만 했던 우리들은 퇴근후의 시간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 또한 가정의 날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한동안 수요일은 가정의 날 = 청소하는 날로 고정시키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밀린 집안일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 익숙해진 지금은 수요일 가정의 날이 익숙해지고 습관적인 야근을 하지 않도록 낮 근무시간에 밀도 있게 일하려고 노력하면서 영화나 공연을 보러가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퇴근후의 시간을 계획하곤 한다.

저자는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하여 헬스, 등산, 수영 등의 다양한 운동을 배우고, 책과 영화를 보고 악기를 배우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퇴근 후의 시간을 들여다 보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초보단계에서 시작해서 전문가단계까지 도달 할 수 있도록 즐기면서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집으로 바로 퇴근해서 침대로 직행하는 생활패턴으로는 책을 읽기 어려우니 좋아하는 카페 등을 찾아 여유롭게 차한잔과 함께하는 책읽기를 추천하고 있다.

"지금도 퇴근 후 턱걸이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후 턱걸이 20회를 다시 시도하지는 않는다. (중략) 이렇게 계속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20회를 가볍게 하고 또 30회까지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p.36)

"쌓여가는 책의 높이만큼 실력이 쌓인다.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인생을 살아갈 때 힘이 되어 줄 것이다." (p.136)

퇴근 후에 남는 시간은 계획을 갖고 잘 활용하지 않으면 무심히 흘러가고 만다. 가끔은 멍때리면서 무심히 지나가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나의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무언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같다. 꼭 운동이 아니어도, 악기가 아니어도, 책이 아니어도 좋다. 퇴근 후 무심히 흘러가는 선물같은 시간 현재를 붙잡아 영양가 있는 시간 선물로 만들어 보자.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며 살면 되는 것이다." (p.63)

살다보면 거대한 벽과 같은 상황을 마주할때가 있다.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퇴근'이라는 명사의 의미보다는 '직장'에 올인하느라 나를 돌보지 못하는 직딩들의 애환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싶다. 한권씩 한권씩 쌓여가는 독서의 힘과 난관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는 근력을 키워 거대한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나만의 삶을 말이다.

"살다 보면 두려운 것을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이겨낼 방법 역시 반드시 있을 것이다." (p.126)

글에서 전반적으로 버라이어티한 퇴근 후의 삶을 전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 다 읽고 난 후의 소감이다. 특히나 프리다이빙 과정은 직장인이 실천이 가능한 거야? 라는 의문이 들게 하기도 했다. 퇴근후의 삶을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퇴근후 의 삶보다는 직장생활말고 내 생활이 꼭 필요한 이유정도로 두고 읽는다면 일정부분 유용한 책읽기일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