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그리워집니다
음유경찰관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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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집을 잘 읽는 편은 아니다. 아주 가끔 날씨가 좋을 때, 왠지 분위기 있는 척 하고 싶을 때 시집을 펴거나, 카톡의 상태 메시지에 한 소절을 적어 놓곤 한다. 가벼운 소설이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나에게 시란 약간의 허세와 같다. 계절을 지날 때 꼭 거쳐야 하는 관문같은...

나의 어쭙짢은 허세에 한스픈 도움을 주시려는 건지

저자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콩 서평 도서가 도착했다!

현직 경찰관으로 꾸준히 시를 쓰면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저자(음유경찰관)는 사랑을 찾아 헤매며 겪는 아름다운 혹은 눈물겨운 시행착오를 죽는 날까지 시로 쓰고있다고 소개한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에게 경찰 = 시인이 잘 매칭되진 않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을 통과하는 관문으로 시집 "잠시 후, 그리워 집니다"를 편다.

나른하게 팔을 베고 엎드려 있는 푸른색감의 표지가 나의 기분을 한껏 이완시켜 준다.

상식을 뜷고 날아든 당신 고정관념이 조각나는 이름

첫사랑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설레는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수줍게 고백하는 내모습과 너를 위해 준비한 소박한 작약 한송이를 떠올리며 미소짓는다. 얼어붙은 심장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꽃잎처럼 꽃처럼 햇살처럼 나에게 다가오던 너를 기억한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 설레는 느낌이 충만해진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아련한 첫사랑과 설레임을 떠올리면서 한편 한편 읽어 간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중이라면, 마음에 꼭 드는 한편을 외워 읊어주고 싶은 시들이다.

다르거나 다르지 않았거나

설레는 시작을 지나... 누구나 그렇듯 서로의 다름을 알게 되고, 덤덤하게 한때는 뜨거웠던 사랑이 사그라짐을 노래한다. 언제부터였을지 모르는 너와 나의 간격을, 무너져 가는 모래성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가슴아픈 모습이다.

가을이 올 때쯤 초록은 빛을 잃은 필영

헤어지고 난 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방황하는 모습들이다. 마음이 가을이 되면 봄과 같이 푸릇푸릇했던 마음을 잃는 것은 필연이니 그리워지고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있는 그대로 슬퍼하라고 다독이는 것 같다.

오백번의 이별과 한 번만 더 사링하겠다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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