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 죽을 만큼 원했던 이곳에서 나는 왜 죽을 것 같을까?
원지수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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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까?

그 어렵다는 취직을 했는데 왜 힘들어 해야할까? 철없는 투정으로 여기기엔 당사자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이유일 거다.

정해진 순서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후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있는게 아니라, 혹시 지금 숨만 쉬고 있는 살아지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글이다.

저자는 소비재 영업사원 3년차에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두번째 신입사원 카피라이터가 되었고, 얼마후 꿈을 안고 늦깍이 유학생이 되었다가, 직장인 10년차를 맞은 지금 다시 한번 '퇴사하겠습니다'를 외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레벨업된 이직이 아닌, (조건면에서는) 다운레별로 이직을 감행하기란 요즘같은 취업전쟁의 시대에서 현실적으로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도 일어날까 말까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만해도 그만두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사직서를 썼다 지웠다 하면서도 직딩 20년차가 넘은 아직까지도 퇴사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제 얼마 안있으면 자의가 아닌 타의로 회사와 바이바이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엄마 밥 먹을 때가 좋은 거야, 남의 돈 버는게 쉬운 일이 아니야! 출근할때 간이랑 쓸개랑은 집에 두고 가야하는 거야!'

지금도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직장에 들어 간지 얼마 안됐을때 어른들께 종종 들었던 말이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그만큼 직장생활이 쉽지 않음을 각인시키고자 하시는 말씀이셨을꺼다.

출근하고 싶어서 내일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직장인이 과연 존재할까? 저자의 첫직장 선배가 남겼다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나 두근거린다'가 출근을 하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 거린다는 말이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담고 있는 두근거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어린 친구들은 우리 세대보다는 퇴사에 유연한것 같은 생각이든다. 우리 세대보다 훨씬 어렵게 취직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직장을 때려 치우거나 옮기곤 한다. 우리 아이도 앞으로 10년안에 취직을 할 터이니 젊은 친구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건지 책속에 등장하는 부장님들처럼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이 생각하는 재미와 내가 생각하는 재미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취직을 하고 난 후 퇴사를 꾼꾸는 이유는 많겠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스개 소리로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돈을 많이 받거나, 사람이 좋거나, 일이 좋아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세가지 이유중 제일 큰 이유가 일이 좋아서라고 말한다. 일이 좋으면 돈이 좀 적어도, 조금 힘들어도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재미란 '오늘을 투자할 이유'를 통칭라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 오늘의 고생이 내일의 내게도 유의미한가, 존경할 만한 리더십이 있는가 등등." (p55)

종종 필요없는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과장님 눈치가 보여서 혹은 초과근무 수당이 아쉬워서... 낮에 밀도 있게 일을 하면 분명 끝낼 수 있는 일임에도 어차피 야근할거 근무시간중에 어영부영 하고 있을 때도 있다. 적당히 저녁을 먹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낸다. 왠지 님들이 다 남아 있으니까 자의반 타의반 야근을 한다.

"사실 그 일들 중엔 조금만 집중했으면 낮에 끝낼 수 있었던 일도, 굳이 꼭 오늘 끝내지 않아도 될 일들도 있다. 퇴근하고 싶지만, 딱히 꼭 퇴근해야 할 이유기 없어 흐르듯 야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p154)

메뚜기처럼 옮겨가면서 직장을 다니든, 나무처럼 한 직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든 취직을 하고 직장을 다니는건 나를 위해서고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되는 일이다. 나를 위해 돈을 벌고 자기 만족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니 직장인들이여 나를 위한 노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다른 이들의 평범한 일상에는 잘했다, 부럽다며 너무 쉽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면서, 단 1초의 틈도 없이 하루를 메우는 이런 스스로의 살아내기 위한 노력을 우린 종종 대수롭지 않게 내려 깎는다." (p195)

이제는 늙어버린 나이 탓인지 책의 내용을 백프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나다운 나로 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오늘을 살아나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비록 그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할 지도 모르지만 나다운 나로 살기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을 응원하게 되는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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