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탐 청소년 문학 23
카트 드 코크 지음, 최진영 옮김 / 탐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랜덤채팅앱을 이용한 청소년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마음대로 등록하고 이용할 수 있는 랜덤채팅앱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악마의 손길을 뻗는다.

랜덤채팅앱과 함께 심심치않게 문제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루밍 성범죄"다. 친밀함을 가장한 길들이기 이후 행해지는 대표적인 성범죄로 피해자가 범죄대상임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이후가 대부분이고, 패해자에게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범죄에 이용 당했다는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남기는 악질적인 성범죄다.

넘처나는 인터넷 매체와 악마의 속삭임 속에 둘러쌓인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아이를 지키는 일은 갈수록 어렵고 힘들어진다.

[그루밍 성범죄] 네이버 시사사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뤄지는데,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소설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을 이용한 전형적인 그루밍,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글이다.

소설속에 등장한 여학생 린다와 쥴리가 얼마나 어이없게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어 범죄에 휘말리는지를 익숙한 페이스북 메신저를 소재로 그리고 있다.

범죄자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과 접촉에서 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인터넷 채팅을 통한 길들이기 과정을 거쳐, 스스로 누드사진을 찍어 보내고, 그 사진을 미끼로 협박을 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심지어 인터넷상에 무작위로 배포되는 2차 피해발생 과정까지 아이들이 너무 쉽게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적나라하게 서술하고 있다. 다행히 린다와 쥴리는 자신들의 상황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트라우마에 갇히는 피해자 사례도 심심치 않게 알려지고 있다.

뉴스와 기사로 접할때는 '이런일도 있었네, 나쁜놈들!' 하고 무심하게 넘기던 청소년 온라인 성범죄를 실제 일처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오싹함을 느낀다.

"걔(브람)한테 사진은 신뢰의 상징이야. 내가 자기를 믿는 다면 사진을 보내 줄 거라고 믿고 있어." (p.79)

이 소설에서 다루어진 사례는 얼굴이 나오지 않은 누드사진과 (원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에게 도움을 청해서 빠른 수습이 가능했던 수위가 높지 않은 사건이었고, 다행히 피해자들이 꾿꾿하게 위기를 극복했지만 실제 그렇지 못하고 훨씬 더 큰 피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성범죄의 폐해는 아이들에게 아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남여 차별적인 생각이 아니라 유난히 SNS에 집착하는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할 책이다.

디지털 성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니 아이와 엄마가 함께 꼭!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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