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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에 간 복돌이
오진혁.오인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8월
평점 :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어려서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는 이유로, 중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하지도 않는 공부를 핑계로, 더 훌쩍 자라버린 이후에는 시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서... 많지도 않은 우리 가족은 이렇듯 2% 부족한 여러가지 핑계를 이유로 제대로된 가족여행을 해보지 못했다.
그나마 조금 길게 다녀온 여행이 큰 아이가 군대 가기전 여름 휴가를 겸해서 다녀온 3박4일 바닷가 여행이 가족여행 중 가장 길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그때의 여름휴가도 아빠의 무모한 숙소 예약덕분에 우격다짐로 실천에 옮겨진 여행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무모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도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시베리아에 간 복돌이"는 제목처럼 복돌이 가족의 시베리아 여행기를 12살 복돌이의 시선으로 아빠와 오빠가 함께 써내려간 글이다.
12월30일 복돌이네집에서 출발하는 것부터 이듬해 1월13일 상트페테브르크 풀코보 공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15일간의 여행일정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괜찮아. 학교 공부 못지 않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공부야. 비록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경험에 투자하는 것은 인생을 가장 멋지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엄마는 믿어." (p.85)
시베리아 여행일정을 타임테이블로 그려놓은 도입부를 지나 본문을 읽어 내려가면 먼저 읽은 여행일정이 복기되듯 떠오른다.
12살 복돌이의 시각으로 쓰여진 글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는 사진은 여행지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15일간의 일정중 가장 긴 여행일정을 차지하고 있는 9,288Km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생각만 해도 부러운 일정이었다.
가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어느 곳을 여행할지 의논하는 것부터, 함께 여행지에서 꼭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음식을 고민하면서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 것 같은데, 15일간의 시베리아 배낭여행은 복돌이네 가족 아이들이 자라면서 힘이 들때마다 떠올리며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 같다.
한국과 다르게 몸서리치게 추운 시베리아의 날씨와 횡단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기차안에서 본 밤하늘과 숙식의 경험은 힘들었겠지만 생각만 해도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여행하는 복돌이 가족 모습이 예쁘고 부럽다. 왠지 책을 덮으면서 실행에 옮기기 어렵겠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역방향은 생각하지 못한 일 들이 벌어져 힘들 수도 있고, 뜻하지 않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좋든 싫든 간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항상 오늘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자." (p.198)
여행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더 자라서 내품을 완전히 떠나기 전, 따뜻한 털모자와 장갑, 귀마개를 준비해서 시베리아 횡단행 열차에 몸을 실어보고 싶다.
뿌연 차창밖으로 보이는 별을 보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행복을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우리도 여행을 통해 즐거움도 얻고, 힘들기도 하고, 서로에게 감정이 상해 말하기 싫을 때도 있잖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여행이야." (p.323)
아이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엄마, 아빠라면 한번쯤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여행하고 여행지에서의 일들을 소소히 기록해서 꼭 책이 아니어도 추억할 수 있는 우리가족만의 여행에세이를 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