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희망 버리기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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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느낌은 '극단적이다'였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소개에서도 '희망버리기라는 도발적 주제로 돌아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 마크맨슨은 자기계발서의 패러다임을 바꾼 문제적 작가로 알려져 있다. 신경끄기의 기술에 이어 이번 저서 희망버리기 기술도 '희망'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자기파괴적'이라는 부정적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의 고정관념을 내려 놓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 책장을 쉬이넘기기 어렵다.

자기통제와 희망의 연관 관계 설명을 위해 기술한, 망가진 육체와 지진 잔해 사진을 응시하며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미소 짓는 엘리엇의 사례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이성적 결정을 하는 생각 뇌와 오로지 감정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감정 뇌, 2개의 뇌가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다이어트나 금연 등이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감정 뇌가 고통을 반복하는 길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기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자기 통제의 근본적인 문제다. 이것이 희망의 근본적인 문제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형편없는 가치 판단을 채택하고 받아들이는 감정 뇌의 문제다." (p.70)

생각 뇌가 관찰과 논리로 지식을 만들어 낸다면 감정 뇌는 고통에 대한 경험을 중심으로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과 선호도에 따른 위계를 정하고 그 위계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주말을 활용할 때도 각자가 가진 감정 뇌의 위계에 따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휴식에 중점을 두기도 하고, 파티(음주가무)에 중점을 두기도 또는 여행에 중점을 두기도 하는 것이다.

위계에 따른 행동결정의 이유는 '재미'로 나타나고, 고통에 대한 경험을 통해 위계가 바뀌기도 한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행동에 영향력을 훨씬 더 많이 행사하고 있음을 알게하는 글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가치있게 여기기를 그만두면, 우리는 더는 거기에서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중략) 그것은 성장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가 희망을 찾았기 때문에 오는 결과다." (p.88)

감정 뇌의 중요한 결정의 준거가 되는 도덕적 간극에 대해 어릴적 경험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가치관 형성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어릴적 경험 축적으로 가치관이 형성된다는 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행동 패턴과 가치관 형성의 준거로 작용될 뿐만 아니라 변화시키기도 어려운 점을 생각해 본다면 부모 또는 선생님 등 보호자의 사소한 행동도 아이의 감정 뇌에 깊이 새겨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양육 및 보호자의 태도가 신중해야 힌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다.

작가는 희망 = 믿음을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종교, 이념, 정치, 스포츠, 팬덤(낮은 수준의 종교) 등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위해 믿는 다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에 대한 안녕과 심신의 평화를 위해 종교적 믿음을 선택하고 있는건 맞지만 집단을 동요시키기 위해 희망을 품게하는 믿음을 강요한다는 논리가 조금 억지스럽다.

"우리는 상황이 최악일 때 외부의 영향에 가장 쉽게 휘둘린다. 삶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라는 것은 우리의 가치관이 우리를 저버렸고 우리는 어둠속에서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에 매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p.125)

책장이 넘어 갈수록 도발적주제로 돌아왔다고 경고한 카피가 이해가 된다. 희망의 원천이 분열과 증오이며 희망은 뭔가가 망가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희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희망을 품는 것만으로 망가지고 분열과 증오를 일으킨다거나 행복을 추구하면 행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역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혼란스럽다.

2부의 주된 주제는 인간이 자신의 기대에 따라 범하는 지각적 오류인 '파란점 효과'다. 일상의 선입견과 제자리를 찾아야 안심이 되는 관성의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논리로 이해된다.

중간 그어디쯤에 고정하고 있는 관성으로 행복한 일을 겪고 있어도, 불행한 일을 겪고 있어도 대부분 중간 그 어디쯤인 '7점'으로 복귀한다고 한다.

행복에 대한 관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나 역시 좋든 나쁘든 이벤트로 인해 기분의 변화를 겪어도 곧 제자리를 찾곤 하니까 말이다.

희망버리기와 함께 연상하긴 어렵지만 안티프래질(외력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강해짐) 강화 필요성 역시 공감되는 부분이다. 외부 자극에 노출될 때마다 멘탈이 망가지는건 바람직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가 안티프래질해질수록 감정 반응은 더 우아해 지고 자신은 더 잘 조절하게 되며, 가치관은 더 절도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안티프래질은 성장/성숙과 동의어다. " (p.267)

저자의 역설적 표현의 희망버리기 기술은 희망을 쫓으며 고통을 키우지 말고, 희망이 아닌 조금 더 개선되는 삶을 위해 노력하라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더 나은 것을 희망하지 말라. 그냥 더 나아져라." (p.326)

작가의 역설적 표현 동의되지 않는 첫부분은 읽기가 많이 힘들었고, 역설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후반부부터 조금 편해지긴 했지만 힘든 완독이이었다.

개인적으로 칸트, 니체 등 철학서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도 아마도 책장이 넘어가기 어려웠던 이유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선호하는 책읽기 성향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책이다.

희망이라는 관점을 파격적으로 기술한 글로 니체와 칸트를 좋아하고 비틀어보기를 통한 관점의 이해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분명 선호할 책인것 같다.

1부 보다는 2부가 조금은 쉽게 읽힌다.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주의깊게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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