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번째 이름, 두부 -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곽재은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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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리고 나의 반성도...

우리집도 아이의 고집을 못이겨 아이가 중학교 2학년때쯤 말티즈를 분양 받아서 키우고 있다.

강아지를 분양 받아야겠다고 했을때 이미 강아지를 키우고 계시던 분들은 대부분 사지말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하라고 권하시곤 했다. 그럼에도 나는 유기견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유기견 보호센터 입양을 하지않고 애견숍에서 강아지를 구입했다.

잘 크고 있는 우리 강쥐가 들으면 서운할지도 모르지만, 두부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그때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입양을 했어도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과 반성을 하게된다.

강아지를 쉽게 샀던 사람들의 변덕으로 아무 이유없이 버려진 아이들이었을텐데, 버려지는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미리 짐작했던 나의 편협했던 생각이 아쉽다. 유기견 보호센터 관계자분들은 강아지가 나오는 TV 프로그램의 인기를 매우 경계한다고 한다. 프로그램 때문에 마구잡이로 입양됐던 강아지들이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많이 유기되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나 역시 강아지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강아지를 키우려고 마음먹은 사람들한테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고 반려견을 맞으라고 권한다. 한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장난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기견 입양도 대단하지만 장애가 있는 유기견 입양을 실행해 옮긴 두부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기견에 대한 생각이 많이 좋아진 지금도 나는 장애 유기견을 입양할 용기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키우던 강쥐도 아프거나 장애가 생기면 계속해서 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길텐데 이미 불편한 두부를 가족으로 맞을 수 있는 용기를 낸 두부 엄마가 존경스럽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 강아지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은 에세이나 애니메이션이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유기견의 인생역전, 심지어 입양을 꺼리는 장애견 이야기라고 해서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장애 유기견을 입양한 견주가 대단해 보이기도 해서 읽어 보기로 한다.

두부 엄마는 미국 유학중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한쪽 눈이 없는 두부를 만나 입양하고, 두부에게 좋음 음식을 먹이려고 수제간식을 만드는 바잇미를 창업했다고 한다. 역시 유기견 입양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난 우리 강쥐 사료주기도 힘든데, 나랑 너무 비교되는 견주다.

 

우리 강아지도 실외 배변을 한다. 낮에는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데 실외 배변을 고집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물론, 간혹 너무 급할때는 두부처럼 참지 않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의 소변양에 비해 작은 양의 소변을 본걸 볼때마다 시간이 없음을 핑계로 산책을 데리고 나가주지 못한게 못내 미안해 지곤 한다.

(그런데 왜! 꼭! 실수는 배변패드가 크던 작던 배변패드의 끝에서 하는 걸까? 산책을 시켜주지 않은 나에게 복수하는걸까?)

우리 강쥐도 두부처럼 바쁜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선비처럼 어슬렁 거리면서 산책을 한다.

여기 저기 냄새를 맡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다 아는척을 해주고, 나무마다 마킹을 하면서 내 마음이 바쁜건 1도 몰라준다.

하지만, 저녁에 퇴근을 하고 들어올때 정신없이 반가워할때면 모든게 용서된다. 처음에 아이때문에 같이 살게된 강쥐가 요즘엔 아이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가족이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두부의 비법이다. 우리 강쥐가 저랬으면 바로 굶겼을 텐데 두부 엄마의 두부 사랑에 다시 한번 놀란다.

"내가 만약 엄마가 주는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서 현실에 순응했다면, 과연 이런 최고급 간식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만약 소변을 집에서만 눴다면, 하루 네번 산책을 하며 보내는 사색과 고뇌의 시간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p.184)

강아지가 나이가 많아질수록 아프면 어쩌지, 죽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아직은 건강하지만 내가 이 아이가 나이들어 아프고 힘들어 할때도 지금처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나의 변함없는 사랑과 책임감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읽기를 마친다.

"철근 같은 뼈다귀도 씹어 먹던 네가,

어느 순간부터 말랑한 간식만 찾고,

하루 종일 장난감을 못살게 굴던 네가,

누워서 잠자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산책 나가면 있는 힘껏 나를 잡아끌던 네가,

먼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p.231)

지금 강쥐와 함께 하는 반려견 가족도 읽으면 좋겠지만, 강아지 입양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반려견 가족이 읽었으면하는 책이다.

유기견과 강쥐를 가족으로 맞는 책임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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