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 일상에서 찾은 감성과 희망의 이야기
이은재 지음 / 베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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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화분을 안고 있는 한여자, 그 옆에 커플룩을 장착한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분홍분홍한 표지. 책의 첫인상이 무척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첫인상 답게 짧은 한편 한편의 글도 가슴따뜻해지는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다.

 

이은재작가는 내가 고딩이었을때 대한민국 고딩들 열이면 열, 모두 열심히 들었던 '별이 빛나는 밤에'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심을 조금 더해서 별이 빛나는 밤에 때문에 글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진다.

익숙한 것에 눈길이 한번 더 가고 맘이 더 쓰이는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방송은 일회성이라 전파를 타는 순간 글은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방송이 아닌, 기록으로 남겨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 (책날개)

방송작가를 업으로 하고 있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끝에 도달한 마음일까. 이은재 작가님이 옆에 계신다면 위로가 될 수 있게 나의 부족한 손으로라도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전하고 싶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을 함께한다는 건 기쁠때나 슬플때나 괴로울때나 옆에 있으면서 힘이 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닐까싶다.

각종 SNS에 파묻혀 누군지도 모르는 가벼운 관계들만 늘어가고 나를 다독여줄 친구도 내가 위로해줄 친구도 줄어만 가고 있을 때 매 순간 나와 함께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어린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나의 감정을 감추는데 급급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무조건 나를 이해해줄것 같은 엄마나 남편에게 쏟아내듯 감정을 덜어내곤 한다. 엄마나 남편이 나한테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 감정을 억누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아빠가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다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 처음에는 아빠가 편찮으신 것만 그저 안타까워하면서 열심히 병원도 다니고 주말 간호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주말에 병원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고 빨리 회복하지 못하는 아빠를 원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맘이 늘어가는 일상에 죄책감이 쌓여가고 있을 때쯤 아빠는 홀연히 내곁을 떠나셨다. 내가 정신차릴 시간도 주지 않고,,,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회로 남아 종종 나를 괴롭힌다.

그렇게 후회하던걸 다 잊고 요즘은 또 엄마한테 퉁명스럽게 굴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중에 또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문득 엄마에게 전화라도 한통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다!"

한동안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효리가 오랜만에 출연한 시사프로그램에서 했던 말로 많이 회자됐던 말이다. 들으면서 충분히 이해도 되고 안타깝기도 했었다.

요즘엔 각종 매체를 통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면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관계의 정도를 떠나서 서운함 마음이 밀려오곤 한다.

기억을 하든 못하든 그 사람과의 좋은 인연만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글은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다름아닌 '나'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모든 관계에서 나 자신은 홀대한다. 상사에게 맞추느라, 지랄총량의 법칙을 시전하고 있는 아이에게 맞추느라, 혹시나 소원해질 것이 두려은 친구에게 맞추느라 나는 항상 뒷전이었던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세상 굳건하게 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부터 다독여 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잔잔한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엄마도 생각나고, 우리 아이도 생각나고, 밉지만 내옆에 찰떡같이 붙어 있는 남편도 생각나고, 소원해졌던 친구도 떠오르게 하는 글이었다.

내가 그들의 모든 날 모든 순간에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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