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책 제목이어서가 아니라 평소 무리한 일을 해야 하거나 승진 같은 도약을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할때 포기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흔하게 하는 말이다. '난 이대로 대충 살란다. 무슨 부귀와 영화를 누리겠다고 안할란다' 맘에도 없는
일을 하지 않거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나에겐 필요없지만 조직에는 꼭 필요한 일을 그만둘때 자기 최면을 걸듯 중얼거리게
된다.
작가는 자신을 에세이스트, 미니멀리스트, 내향인으로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마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잘쓰지도 못할뿐더러 짧은 글을 쓰는 것도 곤역스러울때가 많으니
나에게 맞는 일이 아닌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후에는 조용하고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소소한 글쓰기를 하면서 살고싶다는 꿈을 꾸곤
한다. 물론 업으로 말고 좋아하는 일로 말이다.
책은 1장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 버렸네요, 2장 마음에 숨통을 트이고 싶다면, 3장 생각 분리수거중입니다로 크게
되어있다.
각 장에서는 내가 놓여진 상황에서의 감정을 제시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주관적인 대처방법일 수도 있겠으나 '그럴 수도 있다'라는 위로와 함께 보편적이지 않지만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음을
제안한다.
맘이 불편한 일이 있어서 잊어버리고 싶은 건지 요즘엔 가볍게 읽으면서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이 좋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는 이럴때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남들이 다하는 보편적인 방식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를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나는 무슨일이든지간에 잘하든 못하든 지나치게 열심히 하려고 한다. 적당히 넘길 수 있는 일은 조금 내려놔야 하는데 무조건 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보니(결과는 완벽하지 않음에도) 항상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일례로 잠시 외출을 나갈때에도 가방이 터질 정도로 꾸역꾸역 담아서 나가곤 한다. 대부분 거의 그대로 들고 올것을 알면서도 습관을
쉬이 고치지 못한다. 무슨 부귀와 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리 바리바리 싸들고 나서는 건지,,, 그래서 이유없이 짜증이 났었나 보다. "복장은
편하게, 가방은 가볍게" 미니멀한 외출 철칙을 만들어 봐야겠다.
"발이 아프고 손은 바쁘고 어깨가 무겁다면 제아무리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용을 써도 까칠하고 날카롭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게 정상이니까." (p.15)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가 편해진다. 어리고 기운이 펄펄 넘쳤을때처럼 다른사람의 비위를 마춰가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어서 그러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보듬을 수 있는 편한 사람과 만나서 숨통을 틔워주고 싶다. 취향이 같지
않으면 어떻고 공통분모가 없으면 어떠랴, 그저 같이 있으면 마음 편하면 장땡이다.
"한 가지 만큼은 변하지 않고 의견을 같이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가건 서로의 행복을 응원하고 아픔을 슬퍼하고 시련을 감싸주고 성공을 축복한다." (p.97)
아직도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대화는 내 중심으로 해야하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건 말건 중간에
가로채서 혼자 떠들고 있다. 나이들수록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한다는데, 언제 철이들런지 반백살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철없는
아이같다.
"막막한 대화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마이크부터 내려놓는 일이다.
소중하고도 사적인 이 시간이 진정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으려면 대화의 기본기인 경청과 존중의 기초체력부터 건실하게 길러야 한다."
(p.147)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때 멍하니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 좋다. 영화를 다 보고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아무것도 남는게 없더라도 말이다.
바보같고 시간낭비같은 멍때리기를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어서 읽는 동안 위로를 많이 받았다.
"후루룩 읽어 아무것도 안 남으면 어떤가, 그저 적당이 눈둘 곳이
필요해 독서를 할때도 있다. 피로한 육신에 정신적 부담을 주는 독서가 오히려 더 미련하다.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인생이 어떻고 철학이 어떻고가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p.33)
빙고!
너무 열심히 살아서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다.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 글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에게 얼마나 더 잘 살겠다고 아둥바둥하지 말고, 마음부터 챙기면서 적당히 이기적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권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