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여행 - 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주형 지음 / 제페토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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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이별여행

서로 헤어지기 위한 이별, 이런 이별과 이별하기 위한 여행이라 제목이 심상치 않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읽기 어려운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어딘가를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와 꾸밈이 없는 간소한 살구색 표지가 이별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 이 남자의 이별이야기 겠구나....

저자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하는 일상을 기록하는 산문 작가이면서 꿈에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 출판사 제페토하우스를 세우고, 발행한 첫 책이 "이별여행"이라고 한다.

책 제목도 제목이지만, 출판사를 소개하는 한줄은 더 좋다.

"세상의 모든 피노키오를 위해 제페토하우스"

피노키오는 꿈을 갖고 성장하고 있는 어른이를 위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나만의 해석으로)

여행산문집 답게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짧은 글과 함께 여행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엔 자연환경이 너무 예쁜 스페인과 포루투갈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행을 계획하고, 출발하고나서 부터 곳곳을 다닐때의 설레임을 알려준다. 나도 훌쩍 떠나버리고 싶구나...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과 작은 소음으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것들은 나를 설레게 하였다. (중략) 그 순간이 좋았다." (p.40)

 

허점투성이인 자신을 돌아보고 미완의 인생을 완성시켜 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행을 선택하고, 여행을 통해 이미 이별한 - 그러나 마음속에 남아 있는 - 그녀를 완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면서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의 나를 기다려주고 응원한다.

스페인의 투우장에 대한 부분의 잔상이 오래 간다.

단 한명의 투우사와 소가 다투는 경기라고 알고 있었는데,,, 단계마다 꽉 짜여진 인간투우사팀이 모여 잔인하게 한마리 소를 처형하고 있는 경기에 대한 묘사가 투우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한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한 생명을 아무 꺼리낌 없이 없애는 잔인한에 대한 나쁜 감정을 키운다.

"올레"가 참 잔인한 말이었었구나.

여행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과 중반쯤 지날 때의 피곤함 그리고 마무리 할 때 쯤의 아쉬움.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돌아가야만 하는 마음에 대한 공감.

"돌아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p.181)

깊어가는 가을 설레임을 품고, 어른이의 마음을 조금쯤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여행으로 출발하고 싶다.

부담스럽지 않게 책속의 사진만 찬찬히 넘겨봐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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