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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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할 계획은 아직(?) 없다.

하지만 퇴직은 나의 의지를 100% 반영하는 이벤트가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정년을 다 채운 후 계획된 퇴직을 한다 하더라도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직딩들에게 '회사'라는 곳은 어려운 곳이다.

20여년간 직장생활 중이고 단한번의 이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단한번 이지만 이직의 경험은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줬던 기억이 있다.

내가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작은 확률로 복권을 맞아 떼부자가 되기 전까지, 돈을 벌기 위한 업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힐 것이라는게 안타깝지만 팩트다.

맞다. 평범함의 끝장을 보고 있는 나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한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회사에서 짤려도 여전히 지구는 돌아갈텐데, 혹시라도 내가 회사에서 짤리면 - 워낙 많은 일이라 나만 피해갈 수는 없으니까 - 의연하게 퇴직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저자는 컴퓨터전공 >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 > 제약 회사 홍보팀 > 스타트업 마케팅을 경함한 프로퇴사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퇴직후 할일이 없는 우울함을 달래고 시간을 채우기 위해 퇴사 후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글을 출판하는 행운을 얻었다고 한다.

퇴사 1일 전의 이야기 부터 퇴사 후의 이야기를 담을 글이 출판되기까지의 일상을 6개의 파트로 나누어 담고 있다.

part1 퇴사 후에 오는 것들

part2 퇴사하고 뭐 하세요?

part3 도전에는 실패가 따르지

part4 퇴사 후에 맞는 역풍

part5 바닥과의 조우

part6 다시 쌓아 올리기

스스로 퇴사를 경정했든, 정리해고를 당했든 퇴사라는 좋지않은, 다소 부정적인 인생의 큰 이벤트 경험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누구든 퇴사라는 골목길에 닿으면 생각이라는걸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쓸모없게 느껴진다거나, 쪼그라든것 같은, 세상이 다 끝나버린 것 같다는 영양가 없는 상상에 여유로워진 시간을 다 소비하게 될 것이다.

직장이 회사가 나의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p.32)

얼마전 옆자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 꿈꾸던 일을 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이라고 말할때 아무도 그 사람을 응원하지 않았다. 모두들 한목소리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후회하지 읺겠느냐고 묻기만 했다.

내 끔과 멀어져 있는 회사인으로서의 삶이 꿈을 찾아 출발하는 삶보다 더 가치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어렵지않은 생활을 하고 있어서 마음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만 두는 그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내가 안쓰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모두들 부러워하면서 말로만 말렸던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회사는 가정과 더불어 또 하나의 안전망이다.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는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회사가 제일 시원해'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추워지면 빵빵한 난방을 더워지면 거디건을 늘상 입고 있어야 하는 냉방을 제공하고 때되면 밥도 잘먹여준다.

퇴사하는 즉시 내가 잃어버리게 되는 쾌적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퇴사를 하면 겨울을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중략) 매달 죽일 둣이 날아오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해낼 수도 없다" (p.63)

 

평소의 작은 선택의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지금의 내가 된다. 회사든 아니든 선택하기를 강요 받거나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끊임없이 맞닥트린다.

선택의 경험을 통해 이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나의 행동이 결정된다.

물론 회사에서의 대부분의 결정은 '답정너'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역시 나의 결정이고 경험이다.

종종 퇴사나 이직을 고려해서 자격증이라도 따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생각에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곶사슴님의 퇴사후 일상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나역시 안도가 되었던 부분이다.

"'꼰대'들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다른 문화와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싱만의 낡은 세계관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즐겁고, 전혀 다른 분야의 일에 도전할 수 있으니 꼰대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안도감 같은 것이 들었다" (p.169)

꼰대가 아닌 나이와 무관한 청춘의 삶을 위해서 회사만 의지하고 살수 없는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사소한 재능이라도 차곡차곡 담아가는 - 이것 저것 다 즐어 있는 싸구려 럭키박스가 되더라도 - 삶을 살고 싶게 하는 퇴사 적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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