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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감각입문
이동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방송사 채용 공고가 안 나 마음을 조리고 있지만 한 때는 이 길을 과연 내가 택해야만 하는 건지에 대해 한창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영상을 만든다는 것, 무엇을 제작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준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는 사람이 왜 고민을 할까 궁금할 수도 있다. 이유는 수 많은 ‘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은 PD 된 후의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PD가 되면 삶이 없다더라”, “PD는 그냥 막 노동이라더라”, “스트레스만 받는다더라”. 우리가 막연히 듣던 ‘대기업보다 돈 좀 더 번다는 PD’ 외에 나머지는 PD는 3D에 속한다는 말과 일치하는 이른바 부정적인 내용들이었다. ‘카더라 통신’을 싫어하고 별로 믿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내 미래가 걸렸다는 생각에 귀를 아예 닫을 수많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방송사 준비를 늦게 시작했던 것이다. 만약 <PD 감각입문>을 미리 읽었다면 저번 공채시험 이미 봤겠다.
이동규의 <PD 감각입문>은 이제 막 PD가 된 사람, 그리고 나처럼 방송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한테 제격이다. 편성표나 분 당 시청률 등 PD가 일상 생활에서 알아야 할 지식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방송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읽어야 더 와 닿을 것이다. 또 PD의 프로 정신을 알 차게 설명하기 프로듀서들에게 완벽한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PD가 꿈인 사람들한테는 지식 및 현실을 모두 알려주지만 꿈을 짓밟지 않는다. 나는 타 PD 관련 책을 읽어 보았지만 항상 읽고 나서 느낀 건 “이 작가 또한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구나” 였다. 직설적으로 “PD는 힘들다”라는 말이 안 써있으면 뉘앙스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PD 감각입문>은 다르다. 정말 PD가 무엇을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다 보여준다. 생방송 하기 싫어 중도하차 하겠다는 스타 잡으려고 애쓰는 PD, 갑자기 프로그램 짜라는 국장, 시청률 안 나와 걱정되는 일 등 힘든 얘기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불평하는 스타일로 쓰지 않고 이를 즐기고 정말 자신의 직업으로 여겨 독자로서는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의 구성이 제일 마음에 든다. PD의 감각을 3가지(producer, program, production) 감각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다룬다.
방송은 Producer 가 Program을 Production해서 널리 보내는 것
전문적인 내용이 적지 않게 나와 어려울 수도 있으나 마지막에는 ‘실전지침’이란 코너에 핵심 포인트를 마련해 머리에 쉽게 들어온다. 다 명언 같을 정도로 깔끔하고 신뢰성 있다. 또 프로그램들의 실제 기획안과 에피소드 등 아주 충분한 예를 제시해 언론고시생들한테 아주 유용하다. 기획안 작성 연습할 때 나는 이 책으로 다시 돌아가곤 한다.
작가는 ‘방송은 감(感)이다’라고 했다. 이성적인 것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내가 듣고 싶어하던 말이어서 더욱 더 공감 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PD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는 우수생이 만든 프로그램보다 감각 있는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더 좋아할 것이다. ‘PD는 감(感)이다’. 너무 두려워 말자. 나는 이 책으로 感을 50%는 훈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PD라는 직업이 뭔지 이제야 알겠고 ‘카더라 통신’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겠다. 더욱 더 매력적인 일처럼 보여 더 도전하고 싶어진다. 자극제가 되고 encouraging 되는 이런 책이 바로 소장 가치 있는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