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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년의 아버지는 자신의 삶은 없고 단지 가장이라는 이름의 삶만이 있었다. 그러나....회사를 벗어나면 그는 갈 곳이 없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아버지를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고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는 허울좋은 가장일 뿐이다.그런 아버지가 췌자암이라는 익숙하지도 않은 병명으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도 없는...아버지에게 사랑하는 딸은 편지를 건넨다. 젊은 시절 러브레터가 이보다 가슴 떨리고 행복했을까?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펼쳐본 편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아버지의 가슴을 갈갈이 찢을 뿐....돈을 버느라 가정을 지키느라 자신의 삶도 잊은 채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딸은 무관심한 당신의 책임이라 비난한다. 그럼에도 그 편지를 가슴에 고이 품고 있는 아버지.....지금의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지친 일상에 자신도 모른채 병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여자가 생겼다. 외롭고 처철한 상황에서 아내조차 의지할 수 없을 때 그의 곁에 있어준 여자...어떻게 외도라 욕할 수만 있을까? 비록 힘든 삶을 살아왔고 무서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기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떠날 수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