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박근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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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 알지?

앞부분이 좋다며 제목을 물어봤던 노래.

당신은 오르간 소리라고 했고

나는 피아노 소리라고 우기던 노래 말이야.

우리가 눈을 마주쳤을 때 꿈결 같았어.

빗줄기가 그칠 때까지 같은 노래를 들었고 입도 두어 번 마주쳤지.

당신 볼이 빨개지는게 그게 그렇게 좋아서 단맛이 퍼질 때까지 입을 맞췄어.

그 노래, 오늘 다시 들었는데 별로더라고.

당신이 없어서야.

당신이 아니면 사는 재미가 없어.

이리와, 같이 듣자. 당신이 내 노래야.

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page.123


책을 읽는데 이 부분을 읽다,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지금도 이상하리만치 코 끝이 찡하다. 이 글이 뭐라고, 별거 아닌 이야기 같은데 모니터가 흐릿해진다.

이 책은 2페이지에서 4페이지가 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글이 실려있다.

짧다면 짧은 글이지만 내용이 주는 여운 때문에, 작가가 치는 한방에 맞아 정신을 차리느라 짧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었다.

나에게 / 당신에게 / 우리에게 라는 큰 틀안에 또 다른 목차들이 있다.

아, 이 책은 너무 좋았다.

특히 작가가 글마다 같이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노래들을 한 곡씩 추천해주었는데, 처음에는 안들었다.

그런데 한 번 들으면서 같이 글을 읽어보니 글을 읽고 노래가 남으면 내용을 음미하면서 노래를 듣고,

노래의 가사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이 언급된 가수 중 '고갱'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다.

나는 모르는 분이었는데 노래가 잔잔하니 너무 좋았다. 글에 나와있는 작가님의 취향과 꼭 잘 어울릴 것 같다.

너무 좋은 책이라 하찮은 내가 평을 남기기엔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 좋았던 부분을 공유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타인을 위한 선택을 내리다 보면 내가 없어집니다. 우리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지도 않았어요.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그랬습니다. 특히 그렇게 남을 위한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을 탓해요. 무언가 잘못되기만 하면 다 자기 탓으로 돌립니다. 우린 그다지 죄가 없고 그렇게 나를 위해 살지도 않았습니다. 사는 거 어차피 힘듭니다. 반복되는 일은 반복된다는 이유로, 새롭다는 것은 새롭다는 이유로 힘들지요. 사랑을 유지하는 것도 사랑을 지우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어차피 무엇을해도 힘들 거라면 가끔은 나를 위한 선택도 내려봅시다.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page.221


나는 어렸을 때 부터 항상 아픈 엄마를 먼저 생각했고, 일하고 오는 아빠를 먼저 생각했고, 아직 나보다 어린 동생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게 커오면서 나는 나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으면 스스로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신랑은 늘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해줬었다. 난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그냥 부정적은 표현으로만 느껴졌고 정작 내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신경 쓰느라 내가 말라가고 있다는 걸 우린 눈치채지 못해요.

지금은 그래도 가끔 가족보다 내가 우선일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래, 내가 날 보살피지 않았구나. 나를 다른 가족보다 덜 사랑해줬구나.' 하

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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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이야, 내가 잘 지내는 줄 알거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나봐.

너는 내가 어떤지 알잖아.

여전히 불안하고 매일 밤 돌아가지 않으려 애쓰며 살고 있어.

내게 와주라.

내게 들어와 내 불안이 되어주라.

전쟁같고 망망대해 같겠지만 이 삶에 머물러주라.

고요함과 소란스러움 사이에 서 있어주라.

사람은 평생을 함께할 그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살아간다는데 네가 그 한 사람이 되어주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게 해주라.

살고 싶은 이유가 되어주라.

우리가 행복해질 시간은 지금이야 page. 185



이 글도 읽고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일까?

오늘까지도 이 책은 쉽사리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기억 될 책.

연말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서 오늘도 너무나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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