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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오퍼스 MO Museum Opus Vol.3 : '제주'
컴엔시 편집부 지음 / 컴엔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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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도는 도()일까 도()일까.

뮤지엄 오퍼스의 세 번째 책 제주는 그동안 우리가 한 번쯤 떠올렸을 궁금한 질문에 답해준다. ‘제주도 말은 왜 어려울까?’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제주 바다가 험해서 사람들이 제주도로 들어오지 못하니 새로운 말 또한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멋진 사진과 깊이 있는 글을 통해 이렇게 제주의 또 다른 얼굴을 하나씩 보여준다. 덕분에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그린 국보 세한도의 여백을 읽어내고, 제주로 돌아온 동자석의 매력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제주 바다의 해양쓰레기를 줍는 디프다의 변수빈 대표, 이호해녀회의 막내 해녀 이유정씨의 의미 있는 인터뷰는 사람의 온기를 더한다. <평화의 섬 다크 투어> 기사는 작년에 친구들과 갔던 제주 4.3 평화기념관 방문이 생각나 반가웠고, <제주마>기사는 아이들이 어릴 적 제주 여행 갔을 때 말을 태웠던 제주 목장의 노을이 떠오르게 했다. 이번에 제주에 가면 <건축, 진심> 기사에 나온 건축물을 찾아 건축 순례를 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꽉 찬 매거진, 한 달에 한 권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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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도시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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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현재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몰입하며 읽었다. 생명과 죽음, 웃음과 눈물, 다툼과 화해.... 중간중간 유머도 유쾌하다.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 전쟁은 일어나고 있고 난민들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한국전쟁 피난민의 역사를 알게 되어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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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곽아람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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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글 쓰는 여자의 공간’ (이봄)를 인용한 인상적인 신문 칼럼을 보았다.

 

거실 바닥에 앉아 무릎에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부엌 식탁서 주로 일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편하다 해도 식탁은 식탁일 뿐 책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쓴 곽아람 기자의 새 에세이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역시 흥미로웠다. 성실하게 책으로 쌓은 그의 성()은 견고하지만 고립되지 않았다. 그가 가꾼 문학의 정원은 섬세하고, 문은 열려있다. 그곳에는 철제로 된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언제든지 들어와 차 한잔하고 가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얼마만의 전혜린인가. 1970년대의 초두에서 태어난 나 역시 전혜린을 앓았다. 그녀가 번역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도 얼마나 소중했던지. ‘소공녀 세라는 계림 문고 전집을 가진 친구가 부러웠던 초등학교 시절을 소환한다. 작가가 세월에 따라 <작은아씨들>의 다른 네 자매에게 관심이 옮겨가는 과정도 재밌다. 그중에서도 <싸우는 여자와 연대하는 여자-긴즈버그>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처음부터 싸우는 여자였던 것은 아니다. ‘싸우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고 여성에게 친절함과 유순함을 기대하는 가부장제 사회의 특성상 싸우는 여자로 산다는 건 더더욱 피곤한 일이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싸우는 여자가 되고야 마는 경우가 있다. 나의 권리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걸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255)”

 

이 문장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생각지도 못한 미드에서 발견하고 깜짝 놀랐을 때가 생각났다. 작년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에서 딱 한 장면 나온다. 필리스 슐래플리와의 TV 논쟁에 직접 나가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아니에요. 주목받는 것은 질색이라.”고 수줍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평생 성 평등과 여성 권리에 힘쓰고 미국 대법관에 올른 그녀 역시 처음부터 싸우는 여자는 아니었다.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의 주인공 폴리애나로 책을 마친다. ‘절망에서 희망 찾기란 제목처럼 우리의 삶은 발이 푹푹 빠지는 넓은 모래사장에서 걸어가다 예쁜 조개 줍듯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 순간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매일 우아하게 나를 지키면서. 그렇게 살아간 20명의 여자 이야기가 담긴 책을 덮었다.


#우아한독서광클럽 #매순간흔들려도매일우아하게 #곽아람 #이봄 #북스타그램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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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부엌 - 삶의 허기를 채우는 평범한 식탁 위 따뜻한 심리학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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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 이야기를 생생하고 먹음직스럽게 잘 쓰는 사람이 부럽다. 고명한 작가는 <나를 치유하는 부엌>에서 음식 이야기를 술술 써내려간다. 게다가 심리학까지 편하고 친절하게 잘 버무려 낸다. 


첫 글인 ‘양가감정- 장례식 육개장 한 그릇’을 읽는 날 (마침!) 남편과 말다툼을 한 날이라 책을 읽으며 뜨끈한 위로를 받고 마음을 풀 수 있었다. 라면 이야기 ‘내려놓기- 완벽한 엄마에서 이만하면 좋은 엄마로’편도 좋았는데 이만하면 좋은 (good-enough)이란 단어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레몬 과자, 몰입의 순간‘편 “레몬 과자는 반죽을 만들고 굽는 과정 내내 나를 설레게 만든다.(208)”란 문장에서 ‘지금까지 레몬 마들렌을 구웠던 내 마음이 바로 이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레몬 마들렌을 구우면서 그 과정에 귀찮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시작 전에 오늘 만들까 말까 고민하기와 만든 후에 설거지 과정을 귀찮지만. 


마지막 ’자기실현-삶은 달걀, 너처럼 되고싶다’까지 매일 먹는 음식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낸 맛있는 책이다. TV에서 라면이나 짜장면 먹는 장면이 나오면 먹고 싶듯이, 나도 음식 이야기를 한 번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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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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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립 현대 미술관(MMCA) 서울관에 다녀왔다.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1900년대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모은 전시다. 출구로 나오는데 마지막 작품 윤석남의 <어머니 2- 딸과 아들>이 있었다. 수많은 남자 작가들 사이에 자리 잡은 것만으로 울컥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윤석남 작가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를 그린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윤석남 작가는 70세가 넘어 서양 안료를 버리고 채색화를 익혔다 한다. 39년생이신데(82) 뉴스 사진 속 작품과 같은 포즈를 취한 모습이 얼마나 멋지신지. 김이경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출판한 동명의 책을 읽었다.

 

책은 그림 속 주인공 14명의 서사가 자세히 펼쳐진다. 교사, 공장 노동자, 간호사, 해녀, 기생, 전업주부 등 처지는 모두 달랐지만, 독립에 대한 신념과 의지는 모두 같았다. 나는 특히 남자현의 일생에 가슴이 뛰었다. 처음엔 영화 <암살>의 안옥윤 (전지현 분) 모티브가 된 인물이라 하여 관심이 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일생은 영화와는 전혀 달랐다. 세 번씩이나 손가락을 끊어 혈서를 쓰며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남자현. 우리는 왜 안중근 의사의 짧은 네 번째 손가락만 기억했는지 부끄러웠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독립은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 시어머니 장례와 아들의 혼사를 연이어 치르자, ‘때가 되었다고분연히 일어선 그녀는 마흔일곱이란 나이에 만주로 떠났다. 외국에서 독립 대원들을 먹고 입히는 일은 작은 나라를 경영하는 것과 같이 고되고 큰일이었다. 하지만 부인네들은 독립운동을 한다는 자랑도 없이 묵묵히 일했다고 기록한다.

 

현재 총 16,000여 명의 전체 독립유공자 중 여성 비율은 여전히 3%가 안 된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공적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한다. 그런 의미에도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출판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일제 뿐 아니라 공고한 가부장제와도 맞서 싸워야 했던 상황이 자주 나온다. 정칠성의 경우 기생 출신이란 선입견과도 싸워야 했다. 소설 <체공녀 강주룡>으로 낯익은 강주룡의 을밀대 투쟁, 구한말 대신으로 유일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시아버지 김가진의 뜻을 이은 정정화, 세상을 해석하는 철학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철학을 위해 펜 대신 총을 든 박차정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굳건한 나라 사랑과 뜨거운 열정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뿐 만이니라 책 곳곳에 만세 운동 등 시위에 많은 여학교가 참여했다고 나온다. 기록되지 않은 이름 모를 어린 여학생들에게도 머리를 숙이고 싶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윤석남 #김이경 #한겨레출판 #도서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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