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부르면 그래 책이야 40
정이립 지음, 전명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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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할머니 댁에 가면 사촌 누나가 타다 할머니의 자전거가 된

삐걱삐걱 제대로 달리기도 힘든 노랗게 녹이 슨 노란 자전거 한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심심한 시골의 숨통이 됩니다.

큰 아이는 이 자전거의 안장을 애지중지 닦으며 훌쩍 산책을 다녀오고

때때로 뒷자리도 없는데 위태롭게 세 살 어린 동생을 자전거 흙받이에 앉혀

저녁 노을을 만끽하며 바람을 쐬러 나가지요.

되레 너무 녹이 슬어 위험할 것 같고 지저분한 자전거를 타는 것을 탐탁스럽지 않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아이들이 고물 자전거가 어떠냐며 소리치곤 하는데요.

 

<내 이름을 부르면>은 바로 고물 자전거의 마음을 담아 낡고 오래된 것들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의 책입니다.

우리는 애정이 가는 물건에 때때로 말을 걸곤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황금 날개는 주인이 일곱 번 이름을 붙여 불러주면서

마음이 있는 자전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새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던 주인에게 버려지고 맙니다.

황금 날개는 한 동안 개천 옆에서 사람들을 향해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되려 짓궂은 아이들이 던지는 돌에 처박히고 맙니다.

가까스로 지나치던 할아버지 덕에 목숨은 건지게 됩니다.

그리고 만나게 된 형섭이.

형섭이의 강아지 두부가 이 고물 자전거에 오줌을 싸면서 형섭이는

자전거에게 미안해 자전거를 씻겨준다며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형의 자전거를 빌려 타던

형섭이는 부모님께 새 자전거를 사달라는 것이

미안해 이 자전거를 조금씩 고쳐 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자전거포 아저씨는 고치는데 돈이 더 든다며 중고 자전거를 권하지만

뭐든 새것만 좋아하는 시대에 형섭이 같은 아이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형섭이를 도와주십니다.

형섭이가 주어온 자전거가 탐탁치 않은 형과

네일 아티스트 엄마의 손이 오가며 황금 날개는 훨씬 보기 좋아지지요.

세진이라는 빨간 자전거를 타는 아이는

형섭에게 반장선거에서 지고 나서 형섭이를 못살게 굽니다.

그런데 세진이라는 아이는 황금 날개에게 돌을 던져 냇물에 빠트렸던 아이였습니다.

둘은 엎치락뒤치락 두 번의 경주를 하게 되는데,

황금 날개는 꼭 빨간 자전거를 이겨 형섭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많은 세월을 달려온 이 고물 자전거는 경주라면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황금 날개는 진짜 날개를 펼치게 됩니다.

넘쳐나는 물질들 속에 부족함없이 자라는 아이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주기적으로 폐자전거를 처분한다는 안내 방송을 합니다.

그리고 아파트 한 쪽에 폐자전거를 모아두는 곳에는

매번 그렇게 치우는데도 얼마 후면 신기하게 그득그득 폐자전거가 쌓여있습니다.

대단지도 아닌 아파트에서 대체 누가 그리 많이 버리는 것인지

저희 가족은 늘 의문이었는데요.

아마도 새것만 찾는 마음과

책 속의 자전거포 아저씨가 말씀하시듯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에 생겨나는 것이겠지요.

저희 가족은 주말에 가끔씩 한번에 40km가 넘는 거리를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

짧은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전거에 더 큰 애착을 느끼는데요.

장거리 라이딩에 아무래도 바퀴도 쉬이 닳고 사용한 만큼 더 금세 낡을 것도 같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면>을 보며 아이들이 자신의 자전거에 이름을 붙여 주며

더 소중히 자신의 자전거와 한 몸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제 분홍색 자전거에 이름을 붙여주려고 합니다.

 

낡고 오래된 것도 그만의 가치를 안다면

진짜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봐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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