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줘 그래 책이야 32
신전향 지음, 전명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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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억해 줘

 

그래책이야32

 

신전향글

전명진 그림

잇츠북어린이 출판

 

 

아이들 책들을 읽다 보면 아이보다 어른이 더 읽어야 할 책들을 만나곤 합니다.

 

<기억해 줘> 책을 불과 서너 장 읽었을 뿐인데 느낌이 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읽다 보니, 아들이 먼저 읽은 것에 살짝 후회가 옵니다.

인간으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아이들이 몰랐으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동화에서 나오는 코끼리 촘촘이는 지구의 어느 곳에선가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

실제 이야기이고 반드시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어른이 알아야 할 이야기지요.

 

촘촘, 촘촘이는 호기심 가득한 아기코끼리였습니다.

어느 날, 무리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잠든 엄마를 뒤로

몰래 무리에서 나와 숲 구경을 나섭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의 광경에 넋이 나갑니다.

새로운 환경이 너무 신기한 촘촘이는 마을 한복판을 거닐다 창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아기코끼리의 출몰에 마을을 망칠까 봐 총을 들고 나서는데

창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숲에 코끼리를 사냥하러 오는 사람들을 피해 촘촘의 무리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코끼리를 잡는 이유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촘촘은 자신이 만난 아이 창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무리에서 떨어져

사냥꾼들에게 잡히고 맙니다.

촘촘을 찾아온 엄마는 촘촘이 보는 가운데 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사람, 참 잔인한 동물입니다.

어떻게 새끼가 보고 있는데... 책을 읽으며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촘촘은 사람들에게 잡혀갑니다.

사람들은 야생에서 데려온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미개한 방법을 씁니다.

앉지도 누울 수도 없는 몸에 딱 맞는 울타리에 세워두며 먹이지도 않고

잠시도 쉬지 못하게 며칠 동안 가두어 둡니다.

 

그들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고 채찍과 쇠갈고리 꺼내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촘촘은 이런 사람들에게 절대 길들여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잔인하게 다가옵니다.

우연히 다시 자신을 구해줬던 창과 만나면서 촘촘은 잠시나마 슬픈 현실에서

벗어나지만 둘은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게 됩니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물조차 못 마시고 사람들을 태워 길고 긴 트레킹을 하고,

벌목 코끼리가 되어 트랙터가 가지 못하는 험난한 산을 올라 무너질 듯

무거운 나무들을 나르던 길 사고를 당해도 촘촘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전, 훈련받는 코끼리들이 학대당하는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전해진 적이 있습니다.

설마 사람이 그럴까 했던 쇠갈고리,

우리나라로 따지면 낫 같은 것으로 코끼리를 그어 훈련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두 아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놀러 갔는데

말 마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다른 가족들을 보며 둘째 아이가 자기도 타고 싶다고

울었던 기억을 아이들과 꺼냈습니다.

우리까지 태우면 말이 너무 힘들어서 안 된다고 말했던 엄마라서 참 다행이었음을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어요.

제법 컸다고 6살이 된 둘째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이제는 좀 더 아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여행에서 코끼리 쇼를 보고 왔다고 자랑하시던 어떤 분도 떠오릅니다.

그 코끼리가 사람 말과 사인을 알아듣기 위해서 얼마나 피눈물을 흘릴까요?

 

해외여행에서 코끼리 등에 타고 멋진 추억 사진을 담고 계신 분들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억해 줘>의 촘촘을 알았다면 다시 코끼리 등에 오르지 않으면 될 테니까요.

책에서처럼 촘촘을 안타겠다며 우는 아이를 부모 욕심에 태우는 일도 없어야겠지요.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 수많은 촘촘들.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 아이들도 어른들도 꼭 만나야 할 이야기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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