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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
조영태 외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 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코 가볍지 않은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일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알 수 없는 교육과, 폭력과 안전에서 시선을 놓을 수 없는 환경, 그리고 아이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끊임없는 의문이 부모를 피로하게 만든다. 부모의 삶 자체도 가족과 육아라는 시선에서 바라보면 점점 더 부담스러워진다. 세상은 점점 더 편해지고 풍요로워졌다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더 지쳐한다. 이에 비례하여 육아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진다. 이유가 잘 파악되지 않는 피로와 부담이 쌓여서 세상은 상식적이지 않은 기현상을 곳곳에서 보이고, 결혼과 출산은 급격하게 감소한다. 단순한 셈법으로도 한 가정에 아이는 둘이 있어야 사회인구수는 유지되지만, 우리나라의 출산률은 1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것이 수많은 나라들 중, 한국에서만 보이는 현상이라면, 한국사회는 어딘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해석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출산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세워 보았지만, 이 책에서도 단정했듯 정부의 대책은 실패했다. ‘전국 가임기 여성 분포도’같은 황당한 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정부도 심각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사안에 나름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문제는 출산률 저하는 어떠한 정책으로도 통제나 조절이 가능한 성격의 사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인간의 본능 앞에서, 인위적인 정책은 직접적 조절자가 아닌 주변에서의 조력자일 뿐임을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출산률이 떨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의문을 다시 접해야 한다. 이제껏 원인으로 지목했던 요소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다시 접한 의문을 앞에 두고 새로운 시선으로 원인을 지목한다. 물리적 심리적 밀도의 증가, 행복감의 감소, 세대간 사고와 환경의 차이에 따른 갈등, 급격한 인구증가 이후의 자연스런 감소경향, 그리고 풍요와 화학물질이 가져온 생물학적 환경의 변화.. 종합해보면, 한국사회의 현재는 급격한 발전에 따른 결과로 너무 많은 인구 안에서 너무 치열한 경쟁상태에 빠져 있다. 그것이 행복감을 줄이고 불안감을 늘린다. 그런 환경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생존에 불안을 느끼고 불안은 출산의 욕구마저 저하시킨다. 급격한 발전은 세대간 사고방식의 차이를 증폭시키고, 그것이 젊은 세대의 불만과 불안을 좀 더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미시적으로는 증가한 불안이 생존을 위협하고 번식의 욕구를 억제하는 사회형태를 관찰할 수 있고, 거시적으로는 급격한 발전과 인구의 폭증이 자연적인 인구감소 경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접어든 것이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이 책은 정확하게 이 정도 선에서 원인을 분석한다.
이 선에서 한 단계 넘어서 생각해보면, 문제는 한국사회의 근대화 발전과정에서 발견된다. 제대로 된 복지나 사회안전망없이 다수 노동자의 희생으로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이후에도, 발전은 제대로 된 분배정책 없이 세계에서 손꼽는 최장의 노동시간 아래 사람들을 혹사시켜온 나라이다. 그러면서도 교육수준은 올라가고, 해외로의 시야는 넓어졌다. 비교의 대상들이 많아진 것이다. 유일한 신분상승의 수단이었던 교육도 가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해지고, 부동산 자본 앞에서 노동은 점점 가치를 잃어간다. 한국사회가 이제껏 다루고 관리해 온 자본의 문제가 사실 이런 현상을 야기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실은 엄청난 의지와 각오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다룬 새롭다는 시선이 새롭지 않게 느껴졌다.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각자의 관점을 담았지만, 결코 어렵지 않은 문턱 하나만 넘어 들어가면 한국사회의 자본 문제임이 쉽게 드러난다. 그것이 참여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의 바로 위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새로운 의문이 다시 생긴다. 이 책의 참여자들은 정부의 출산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자본의 문제는 건드리려 하지 않았는가.
새롭고 잠재적인 시선이 보였다. 비슷한 직업군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스트레스로 인한 탄수화물의 과다섭취, 그로 인한 비만과 호르몬의 교란, 난임과 불임의 증가. 물론 이 시나리오는 현재 출산률 저하에 기여한 부분이 극히 적을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많은 이 사회에서 잠재적 위험요소임에는 분명하고 점점 대두될 것임 역시 분명하다. 이미 환경호르몬이라는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십수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자본을 원인으로 지목했을 때, 그에 따른 사회의 변화와 발전이 인간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분석은 아직 새롭다. 새로움을 넘어, 원인에의 적확한 지적이 되고, 이것이 출산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인지는 좀 더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