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부정 서적에 살해당하지 않기 위한 48가지 진실
나가노 가즈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고병수 추천 / 북앤월드(EYE)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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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라는 건 언제나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확률로 설명되는 발병율과 치료율은 개개인에게는 제로 아니면 100퍼센트의 문제이기에, 집단과 개인사이에서의 괴리는 불확실성과 결합하여 불안을 낳게 된다.  불안은 현대의료의 중심에 존재하는 서양의학에서 비롯된 바, 불안이 팽배해진 사람들은 서양의학이 아닌 의료나 대체의학, 민간요법등등을 찾아 나서게 된다.  

  과학의 논리엔 오류가 존재하고, 경험으로부터의 체득엔 오판이 존재한다.  전자가 서양의학이 중심이 된 현대의학의 불확실성이라면, 후자는 민간요법이나 오랜시간 쌓여온 대체의학의 잘못된 치료법일 것이다.  의료라 불리우는 모든 방법들이 저마다 완전하지 않고, 치료법의 선택권은 환자 자신에게 있다고 본다면, 의료를 행하는 자나 치료를 받는 자나 담담하고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판역시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어야 하나, 최근에 보였던 의료분야의 비판은 이성을 잃어버린 비난과 부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현대의학을 비판하는 수많은 책들도 그러했고 최근에 SNS에서 활동하던 허 모씨의 책과 멘션들은 그저 헛웃음만 나오는 수준의 내용들이었다.  문제는 그런 비난과 부정이 환자의 절박함과 결합하여 맹신의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환자의 절박함을 활용한 장사로 귀결되고 만다.


  맹신이 된 비난과 부정 앞에서 반박을 펼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흥분하기 시작하면 논리나 결과면에 있어 우월한 위치에 있더라도 진흙탕 싸움이 되기 쉽다.  방법의 최우선은 일단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논리와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반론을 내놓아야 한다.  현대의학 역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정말 훌륭하다.  반박보다는 의학적 지식에서 비롯한 논리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의학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주장도 없이 현실의 모습을 쉽게 설명해나감으로서, 비난과 부정 앞에서의 현대의학이 왜 우리에게 쉽게 이해되지 못하고 어떻게 우리의 몸에 유익하게 다가오는지, 그럼으로서 저들의 비난과 부정엔 어떤 논리가 부족한지 자연스럽게 이해시켜준다.  이는 자칭 분야의 최고라는 전문가의 날카로운 견해가 아닌, 나이 지긋한 동네 주치의이자 재택의라는 위치이기에 가능한 글이기도 하다.  설명 하나하나가 군더더기없이 부드럽기에 이해와 수용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한다.


  의사로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가 동네 주치의이자 재택의로서 사람들의 죽음에도 관여한다는 점이었다.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에게 조언을 건네어주고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내가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삶에 합치되는 부분이 많아 나도 저자와 같은 의사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의사이고 나는 의료뿐만 아니라 인간의 죽음마저도 산업으로 활용되는 극단의 사회에 머물고 있는 의사이다.  아쉽지만 나의 입장에서 그의 모습은, 현직의사로서 현대의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절할 하나의 기준으로, 그리고 의학을 좀 더 인간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표본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여튼 이 책은 의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아주 쉽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현대의학에 대한 의구심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면, 이 책은 이제까지의 해설서 중 가장 훌륭한 책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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