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이 답이다 - 왜 평등한 사회는 늘 바람직한가?
리처드 윌킨슨 & 케이트 피킷 지음, 전재웅 옮김 / 이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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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라는 분야가 사회나 과학의 수많은 현상을 해석하고 입증하는 방법으로서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단점과 오류를 지니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논문을 위한 통계작업을 해 보았던 경험을 복기해봐도, 어떤 결과를 위해 요소들과 변수들을 이리저리 굴려댔던 일은 처음 내세웠던 가설과 전제를 뚝심있게 밀고 나가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통계자료를 통해 하나의 전제가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고, 해석이나 자료의 오류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반박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해 내놓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결과를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결과는 '불평등은 인간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모든 영역에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수많은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위와 같은 하나의 강력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기실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인간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연역적 방법으로 재증명해낸 작업이라 볼 수도 있다.  인간사회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가 도래하면서 나타난 자연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고, 그것이 신자유주의 체제를 통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석한다면, 불평등의 문제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는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분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은 이윤을 위해 지구환경을 파괴해 온 나머지, 이제 생존을 위한 환경문제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개발과 자원소모를 해대었지만, 동시에 심각한 분배의 불균형을 유발해 여전히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을 존재케 했다.  지구상의 인간은, 동시에 국가라는 어떤 테두리로 구분되어 이들을 각각 대표하는 위정자들은, 그들의 이익과 우월감을 위해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가 걸린 이들을 위한 어떤 구제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동시에 차고 넘칠 정도의 물질을 소유한 인간들이나 국가들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개인적 사회적 부작용을 겪고 있다.  사실 이 책이 말하는 불평등의 문제를 자본주의와 분배의 문제로 치환하여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 다시 말하기가 번거로울 정도이다. 


  이를 해결하는 대안의 문제는 참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사람들은 편리의 문제 앞에서 타인의 어려움을 애써 망각하려 한다.  자신의 물질적 부유함이 주는 편리 앞에서 타인의 가난과 굶주림은 양심적 측면에서 기부나 적선의 방식을 택하고 말지만, 사실 그것이 답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너무 많이 가진 자가 스스로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 그러니까 적당한 수준의 자발적 가난이 분배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고 생존의 위협수준이 된 지구를 구하며, 기본적인 삶의 요구마저도 위협당하는 이들을 끌어올려 인간적 존엄을 유지케 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생리상 그것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사회가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대안적 체제로 나서지 않는 한, 국가통제나 국제적 합의에 의한 규제에 동의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것은 이제는 언급하기 조차 지리해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포기하는 일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쉽게 말하여 착한 자본주의, 이것으로의 회귀와 긍정적 조율이 어쩌면 현재로서는 가장 쉬운 공존의 방법이자 합리적인 처치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대안과 주류경제학의 입김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대안경제체제의 존재를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고서 말하자면 말이다. 


  이렇게 따져들어가다보면, 이 책은 다시말해 읽기 어렵지가 않다.  연역적 해석의 장점과 통계 그래프가 주는 간편함이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내용들은 조금의 사회적 이해가 있다면 상식선의 설명이기에 쉽게 받아들여진다.  굳이 독특함을 이야기하자면, 서양의 연구들이 보여주는 연역적 추론과 논리의 어떤 힘이 유독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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