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 In the Blue 8
김현정 지음 / 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이라는 것이 단순한 휴식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이 책은 여행서로서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가는 방법도 여행지에서 즐길거리도 소개되어있지 않고, 단지 이제껏 많이 알려진 장소에 대한 풍경사진과 장황한 글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리라는 곳이 한두명 어렵게 여행가는 도시도 아닌데 이렇게 불친절한 여행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 타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돌아보고 공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면 나는 적어도 파리라는 도시여행에 대해서는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다.  여행은 타인과 타지에 대한 공감과 성찰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수많은 여행서를 뛰어넘는 독보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책이 여행서라 분류되는 일 자체도 뭔가 맞지 않을 정도이다. 


  여행지에서 대상을 바라본다는 건, 일차적으로 즉자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예를들어 아름다운 경치에 나도모르게 탄성이 나온다거나, 웅장한 건물에 어떤 감동같은 개인적 감성이 표출되는 것들 말이다.  대부분은 그런 즉자적 반응이후에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후 다음 여행지로 넘어간다.  하지만 대상이나 풍경에 배어있는 역사와 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타지에서 느끼는 감성과 성찰을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적용하여 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그 여행은 두말할 나위없이 풍성해진다.  거기에 하나의 대상을 때에 따라 다른 감동을 느끼며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여행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세번의 파리여행, 그리고 그 여행때마다 나름의 동선을 가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듯 머무는 듯 보이는 느릿함은, 풍성함과 깊이를 만들기 위해 준비되고 계획된 여행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그런 여행지의 곳곳에서 터지는 감성과 성찰은 여행자가 어떠한 지점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지 느끼게 한다.


  여행자가 보여주는 곳곳에서의 성찰은 이런 형식의 여행이란 건 단지 여행준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은연중 깨닫게 한다.  삶에서 만들어 낸 경험과 쌓아온 공부, 그리고 수많은 생각의 숙성이 타지의 대상앞에서 자연스레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과 끝 역시 성찰하는 사람답다.  저자는 '즐거운 여행이었는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언제나 여일하게 '나는 좋은 여행자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저자는 좋은 여행자였다.  읽는이가 그것을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되돌아오는 비행기 탑승 몇시간 전 처음으로 만난 어느 현지 할머니의 품에 안겨 여행의 고단함을 위로받고 살짝 흘린 눈물은 그가 좋은 여행자였음을 인정받는 경험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도 무척 부러운 여행이다.  물론 나는 여행한다면 도시보다는 시골의 풍경안에서 머물며 그곳에서 느끼는 감성과 사유들을 풀어내보고 싶다.  대상은 다르지만 나는 과연 내가 접한 대상 앞에서 이렇게 풍부하고 깊은 사유와 성찰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나는 지금 제주라는 공간안에서 정착자이자 여행자로서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내가 생활하고 다니는 이 공간 안에서 여행자의 입장을 되돌아볼때, '나는 과연 좋은 여행자인가'를 끊임없이 생각보아야겠다.  그것이 이 공간안에서의 풍성함과 깊이를 만들어내며 성찰하는 발걸음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어느날 먼걸음을 하게 될 때, 성찰하는 여행자로서의 기본은 갖추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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