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스 - 매와 소년 - 개정판
배리 하인즈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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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년의 하루를 이야기한 소설, 어떠한 모습의 가족이던 간에 집이 아니면 자신의 터전을 생각할 수도 없고 괴롭던 즐겁던 학교에 가야만 했던 유년시절의 아득함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순간순간에 마음을 주게되는 대상을 만나 소중한 마음을 느끼고 떠나고 이별하는 순간에 커다란 통증으로 느끼며 혼자 흐느끼면서 눈물을 훔쳐야만 했던 과거의 나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것은 유년기의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감성때문이었던지 아니면 벗어나기 어려운 틀에서의 탈출을 갈망하는 마음때문이던간에 신체가 완벽히 성장해버린 지금의 내 안에 묵직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조지오웰이 직접 경험하며 쓴 책인 '위건부두로 가는 길'을 읽어보면 1900년대 초반 영국 탄광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나타난다.  비좁은 공공주택 공간에서 여러명의 가족들이 비좁게 살며 강도높은 노동과 비참한 삶을 이어나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이 소설의 배경에 그대로 투영된다.  아이의 행복이나 삶의 여건따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할 수도 없었을 가족들의 삶과 학교라는 공간은 무관심과 배려의 부재로 소년을 자연스레 소외시키고 고립시킨다.  이 소설의 구성은 고립된 아이의 일상을 통하여 소년을 둘러싼 제도시스템과 환경을 간접적으로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기도 하다.  


  가족구성원의 파탄이 성장기의 소년에겐 불안과 애정결핍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가족구성원이 삶을 이어나가고 나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와중에서 소년의 결핍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결손가정'이라는 여건을 넘는 삶의 유지에 대한 발버둥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소년의 고립을 더욱 깊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년 역시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신문팔이와 물건훔치는 일을 하지만 그럼으로서 멀어진 공부는 자연스레 제도교육하에서 적응에 실패한 아이로 낙인을 찍는다.  학교라는 제도교육이 보여주는 엄격함을 빙자한 폭력은 그런 아이를 더욱 더 깊이 고립시킨다.  문제아 소년은 학교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교육에도 쉽게 동참하지 못하고 그런 모습때문에 폭력적인 교사들의 조롱섞인 장난거리로까지 전락한다.  나락으로 한참 떨어진 아이의 인격은 사회시스템 안에서 어떠한 장치도 구해낼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길들인 매를 통한 애정의 교류와 매를 다룬다는 이야기를 통한 한 선생님의 애정있는 관심이 소년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데, 이는 아무리 완벽하다는 사회시스템이라도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살필 수 없다는 것과 그런 인간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관심과 교류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매는 소년의 실수때문에 화가 난 형의 손에 의해 죽고, 그에 흥분한 소년은 결국 집을 뛰쳐나온다.  어린시절 아빠와 손잡고 놀러온 극장에 몰래 들어가 기억안에 존재하는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잠이 드는 소년의 모습은 끊임없는 애정의 대상에 대한 상실과 그로 인한 분노와 슬픔, 분노끝의 그리움, 그리고 다시금 돌아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나의 어릴적 경험과도 일치하며 사회적으로 아직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능력때문에 일말의 답답함을 숙명적으로 안고 순응해야만 하는 소년기의 우울함을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위로도 공감도 격려도 없는 가족과 사회, 또는 그럴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가족과 사회는 소년 개인의 우울과 답답함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에 대해 간접적으로 고발하는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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