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들 - 하종강이 만난 진짜 노동자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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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처절함과 치열함을 이해한다는 것은 두가지의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 처절함과 치열함을 직접 경험함으로서 이해하는 것과 독서나 3자적 입장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이해하는 것.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방법을 통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 간접경험을 통해 이해한다는 것은 자칫잘못하면 오만함이나 자기변명적인 입장만 늘어놓기 십상이어서 매사 조심스러워진다.  직접경험을 한다는 것도 자신에게 닥쳐왔을때 겪게된다는 어떤 기회성을 전제로 하기때문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간접경험을 통한 이해는 조심스러움을 수반하는 일이고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항상 느껴지는 것은 민망함, 조심스러움 등이었다.


  처절함과 치열함이라는 단어조차도 문자라는 방법론적 표현기법이 가지는 한계가 느껴진다라면 조금 과하다 보아야 할까?  저자가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는 처절함과 치열함, 그리고 진지함이라는 문자 속의 느낌을 뛰어넘어 더욱 깊어지는 듯한 진중감이 있다.  우리의 주변에 도드라지지 않게 어울려사는 사람들이 가지는 어떤 진정성은 시대의 현실과 만나 처절함과 치열함을 만들어 내었고, 그것들이 진중하게 쌓인 경험은 저자의 따뜻하면서도 겸손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되뇌이는 성찰적 자세와 만나 작은 웅장함을 만들어내었다.  이 역시 문자라는 표현수단으로 온전히 뜻을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건대, 한사람의 위대한 경험은 호들갑스럽지도 않지만, 잔잔한 문자적 표현으로도 온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어떤 깊이가 있음을 이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어려움을 감내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점에는 어릴적에 어렵게 살아오며 만들어진 상처를 안고있다고 말이다.  과거의 어려움이 현재의 진정성으로 발현되는 이들은 제도권속에서 익숙한 삶을 살아온 우리에게는 사뭇 이해되지 않는 면을 지닌 사람들이다.  제도권에서 이야기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과거에 어려움이 묻어있다면 그것은 호들갑스러운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고 우리는 그것을 '역경을 이겨냈다'라며 그 호들갑에 보탬을 주곤 했던 것이 사실이고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진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어려움으로 이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실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어야 할 도덕적 기본가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기본가치를 너무도 잊어버리고 살았기에 얼마 남지않은 그런 이들의 모습에 우리는 그저 신기함만으로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 읽고 난 후의 기분은 그래서 계면적음이었다.  그들이 몸으로 말해주는 도덕적 기본가치를 나는 과연 잘 이해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들이 위치한 자리의 공통점이랄까..  그들이 진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지점이 사회와 삶의 가장 근본적인 위치라 했을때, 우리가 위치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점은 분명해진다.  그 지점이 공통적으로 이해되고 공유되지 않는다면 세상의 변화는 요원해지고 기회주의적인 움직임들만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을 종종 접하고 있어 공감에의 깊이가 아주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치열함과 진중함이 공존하는 근본에 대한 관심과 시선은 분명 우리사회가 가장 먼저 공감하고 갖추어야 하는 사회인식의 시급한 숙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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