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자서전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7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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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본질을 형성케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성장과 삶의 과정에 있어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것들의 집합이지는 않을까.  한 개인이 자신에 주어진 환경에 아무런 생각없이 안주하지 않는 한, 끊임없는 접촉과 그로 인한 자극, 고민과 깨달음은 한 인간이 지니는 무형의 존재감을 끊임없는 변화속에서 성숙케 한다.  만일 그런 개인에게 성숙된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유형화된 객체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지만 어떤 경우엔 하나의 작품이나 예술로서 승화될 것이다.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삶을 그렇게 작품으로 승화시킨 인물이었다.



  카잔차키스의 삶이 결국 영혼과 육체의 자유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흥미를 유발한다.  인간의 불안에 대한 두려움으로 종교에 귀의하거나 어떤 사회구조 안으로 안주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넘어, 결국은 대담성까지 엿보이는 그의 자유는 남다르지만 인간의 본연에 기초하여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자유로움 그 차제를 느끼게 해 준다.  단순히 자유로움을 넘어 죽음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삶에 대한 자신감은, 인간의 자유는 어떠한 인위적 저항이나 부정을 넘어 객체 자체로 존중되어 발현되는 그런 온전함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런 그의 자유가 그리스도나 붓다의 사상을 통해 표현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독특해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사상의 온전하고 당연한 귀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여행은 그리스도와 붓다의 사상을 깨닫고 느끼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놓은 정형화된 종교 교리와 수행과 사상을 벗어남으로서 종교적 사상의 결론은 영혼과 육체의 온전한 자유임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본연의 사상은 인간의 행위와 사고안에 온전하게 존재하지 않음을 그는 여행을 통한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수도사들의 고행과 베르그송과 니체의 철학적 고민과 레닌의 공산주의를 뛰어넘어 다시 크레타로 돌아오는 그의 모습은 그가 이야기한 중국의 속담 '중대한 시대에 태어나 사는 저주'를 역으로 표현하여 '중대한 시대에 태어나 경험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대표적 상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의 자유는 크게 '거짓말을 하거나 남에게 맞고 있지 않는 한 가만 내버려두라'는 부담스러웠던 존재인 아버지와 긴 여행을 마치고 광산산업을 통해 만난 알렉시스 조르바에 의해 완성된 것은 아니었을까.  조르바가 죽기 전 카잔차키스에 보낸 마지막 메세지와 그의 아내였던 엘레나 카잔차키가 이야기하는 카잔차키스의 마지막은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부담스럽고 무서운 존재였지만 매서운 침묵으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던 아버지를 마지막에 서술한다.  그의 바탕이 되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이루었던 관계는 그를 완전한 자유의 소유자로 성숙케 하였다.  그런 그가 한편으로 부러운 이유는 여행을 통한 사고의 성숙과 인간관계를 통한 사고의 완성을 이룰 수 있었다는 면에서 사회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엮여 살아가고 있는 답답한 나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 개인의 완벽한 자유의지는 스스로 온전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온전한 개인의 자유의지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사회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며 형성되는 자유란 정형화된 어떤 요소때문에 온전하다 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느끼는 자유가 그저 온전하다는 상대적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사회가 불합리와 편견과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역으로 반증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잔차키스가, 그리고 조르바가 삶의 마지막까지 추구하려 했고 표현했던 자유, 그것을 삶을 통하여 진정한 인간미와 온전한 인간성이 존재하는 사회를 추구함으로서 온전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자의든 타의든 활용했기에 나는 그들의 삶을 하나의 지표로 삼고 싶다.  아직은 소심하고 나약한 사회시스템의 톱니바퀴에 불과하지만, 끊임없는 사고의 성숙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삶의 모습은 그들의 자유의지와 그를 통한 온전한 공동체의 지향을 꿈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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