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다고 말해도 돼 - 마음에 서툰 당신에게 건네는 마음닥터 권명환의 작은 편지들
권명환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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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타인의 모습에 최대한 다가가되, 적절한 간격을 두고 곁에 서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은, 타인의 어떤 처지와 감정에 공감하되, 나는 온전히 타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인간은 서로 관계하되, 각자의 온전한 영역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바탕으로 차려진 예의이다.  


  인간의 관계와 개인의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이를 인식하고 실행하거나 주장해 온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꼰대라고 표현되는, 함부로 타인의 영역을 넘어서고 그것이 실례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아직도 많음에서 알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관계와 영역의, 사회적이거나 개인 또는 심리적 의미를 아직 잘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꼰대가 아니어도, 은연 중에 타인에게 불편이나 상처를 주고, 필요한 개인의 테두리를 가꾸는데 어설프기도 하다.


  서툴다는 표현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우리에겐 이미, 서툴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는 수많은 위로가 있다.  좀 더 서툴지 않을 수 있는 방법과 조언도 많다.  이미 많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여전히 변하지 않거나, 접근의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  관계와 영역의 문제에서는 아마도 전자의 경우가 해당될 것이다.  수많은 위로와 조언은 각자의 방식으로 적절하게 주어지지만, 우리는 여전히 조언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데에 서툴다.  서툴어서, 인간은 자체로 서툰 존재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서툰 존재로서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서툴다고 솔직해지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인격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조언들 중에 선택한 이 책은, 포근한 공간 안에 공간에 어울리는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자와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약간의 철학과 심리학의 개념을 담은 정신과적 기법으로, 서툴기만 한 관계와 영역의 고민들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다독인다.  쉽게 읽힐만큼 편안하고 매끄럽지만, 약간의 예민을 더하자면 사회적 상식으로 굳어지는 요소들을 반복한다는 데 있어 평범함도 없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의 반복은, 여전히 쉽게 변화하지 않는 사회의 반증이다.  몸담은 분야의 기법을 떠나, 좀 더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아 깊이를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평범한 조언 속에서 어렵지 않게 소소한 깨달음을 얻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내용의 평범은 적절함 내지 저자의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료인들의 이야기가 엮여 책으로 나오는 일이 많아졌다.  둘러보면, 병원 안의 이야기는 병원 밖의 사람들에게 극적 드라마같은 긴장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따져보면 그것이 내 주변의 이야기로는 힘들고 부담스럽다.  대부분이 타인의 고통일 수 밖에 없는 병원 안의 이야기는 거리가 멀기에 마주하기 좋다.  그러나, 정신과 의료인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좀 더 보편적 관점에서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모습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된다.  또는 관계 속에서 크고 작게 느껴왔던 어떤 기분이나 감정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덜 극적이지만 우리의 보편 안에서 작게 파도치는 심리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를 좀 더 평온하고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반가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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