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 인간과 바다 그리고 물고기
브라이언 M. 페이건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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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낚시를 가르쳐 준 동생은 종종 나누는 낚시 이야기에 잡기만 하고 보호하려 하지 않는 낚시 문화에 대해 한탄을 섞는다.  일본만 해도 무늬오징어 산란을 위해 바다에 나무토막들을 넣어주고, 선장들은 포획제한 체장을 철저히 지켜 어족자원 보호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다에 나무토막을 넣는 행위는 불법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나도 그의 한탄에 적극 공감한다.  내가 다니는 낚시포인트의 대부분에서는 낮에 잡힌 어린 치어들이 어둑해져가는 밤 바닷바람에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대부분 목적하는 어종이 아닌 잡어라서 다시 보내면 입질하러 온다는 이유로 낚시꾼들이 방파제 위에 버린 것들이다.  확실히, 우리의 낚시문화는 비판받을 모습들이 많다.  낚여 올려지는 물고기들엔, 그저 잡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심어린 눈빛들이 날아 박힌다.  자중, 보호, 방생, 정리 등등의 가장 기본적인 매너나 배려따윈 그다지 발현되지 않는다.

  사실 그런 매너나 배려는 포획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이성에 기대를 걸고 ‘부탁’해야 하는 본능을 넘어선 고도의 행위인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매너나 배려는 엄밀히 말하자면, 레저의 차원에서 벌어지는 낚시행위 안에서 인간 이성의 요구이자 자정작용이다.  그러니까, 생존과 본능을 넘어선 고차원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행위이기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생존본능 차원에서의 낚시 또는 어획은 여전히 배려없는 남획 수준이라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주장이다.

  인간이 물고기를 잡는 방식과 배려없는 남획은 인간 역사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것이 이 책의 중심내용이다.  인간은 물빠진 웅덩이에서 버둥거리는 메기를 잡아냈고, 배를 타고 나가 동물의 뼈로 만든 낚시바늘로 물고기를 낚았다.  명주실이나 질긴 나무줄기를 엮어 그물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았고, 덫을 놓아 물고기를 잡았다.  잡히는 물고기가 부족하거나 한 자리에 정주해야 하는 경우엔 물고기를 잡아 가두어 길렀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 가두어 길러 먹는 방법, 모두 인간의 과거와 현재에서 달라짐이 없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 동력과 소재가 발전하며 잡는 방법의 효율이 좋아졌고, 잡는 양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바다는 끝없이 물고기를 제공하는 거대한 화수분으로 인식되었다.  점점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열망은 현실이 되었고, 풍요 속의 반작용으로 어족의 고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은, 바다는 무한하며 끊임없이 물고기를 생산해 낼 것이라는 무지한 결론으로 남획을 이어나갔다.  동력이 발전하고 좀 더 먼 바다로 나가 잡아올리는 물고기는 생존의 수단에서 경제적 목적으로 변했다.  남는 것은 동물 사료나 비료가 되어버렸다.  하얀 악마 모비딕을 잡으려는 에이해브 선장의 열망은, 인간의 위대한 도전이 아니라 바다를 남용하는 인간의 우매함으로 변질되었다. 

  어장은 곳곳에서 황폐해졌고, 황폐해진 어장에서의 어족은 멸종 수준으로 줄었다.  바다는 여전히 인간의 탐구대상인 만큼 인간의 눈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건져올리는 물고기들은 생존의 목적을 넘어 자본의 수단으로 잠식되어 버렸다.  줄어드는 어획량을 보존하고자 양식이라는 수단을 발전시키지만, 어장을 복원하고 식량으로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바다는 여전히 남용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바다와 바다자원의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연한 현실을 외면하며 남용을 이어가는 인간의 우매함이 바다에서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전 세계 곳곳에 펼쳐진 어로행위의 흔적을 바탕으로 인간의 역사에서 물고기를 어떻게 잡았고 활용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객관적이고 수평적인 서술 안에서 세계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물고기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유지시켰는지 설명한다.  서술 안의 중심에는 언제나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주장이 흐른다.  인간이 물고기를 잡고 기르는 방법은 역사 안에서 변하지 않았으며, 인간은 언제나 남획의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아올렸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낚시를 즐기는 나와 주변 사람들이 현재의 시간 안에서 낚시하며 느끼는 것들과 강렬하게 연결되었다.  이제는 레저의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분야가 된 낚시가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예전엔 흔해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던 생선이 빠른 시간안에 귀해지며 가격이 오른다.  예전엔 방파제에서도 넉넉하게 잡혔던 어종들이 이제는 배를 타고 나가야만 손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급격한 변화와 물고기를 남획해 온 인간역사 안에서의 변화는 왠지 많이 닮아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숙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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